새로 산 이동식 TV를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던 이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마음

by 나의 모양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데 시시각각 사이렌이 울려대니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올해 심리 상담에서도 내게 불안 신호를 시기적절하게 보내야 할 사이렌이 망가진 현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한번 망가져 버린 사이렌은 작동을 멈출 줄 모른다. 하다못해 부품이 애초에 불량이라 제대로 이동식 TV(일명 삼텐바이미)를 조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불안 상태를 알리는 사이렌은 거세게 울린다.​​


“내가 이 TV를 온전한 형태로 조립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면? 수리센터와 전화 연결이 안 되면 어떻게 할까?”, “판매업체가 내 과실이라며 발뺌하면?”


고장난 사이렌은 대개 이런 문장들로 속삭인다. 갖은 ‘만약’을 가정하면서도 최악의 결과를 전제한 채 부정 소음을 뿜어내는 식이다.


그렇게 애초에 제품을 배송받은 당일 온전하게 조립할 수 없던 TV를 저녁 끼니도 거른 채 5시간 넘게 붙잡고 늘어져야 했던 나였다. 나사를 조이고 풀길 10번 넘게 반복하며 이동식 스탠드에 TV 모니터를 겨우 결합했는데 모니터가 풍차마냥 360도 돌아가는 게 화근이었다.


곧바로 구글과 네이버, 유튜브에 '삼탠바이미 고정 방법'과 같은 검색값을 입력해봤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얻을 수 없었다. 곧바로 불량한 TV를 구매한 나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고, 고개를 제대로 겨누지 못하는 TV를 당장 집 밖으로 치워버리고 싶었다.


결국 다음날 오전 9시가 되자마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고객센터에 전화해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했다. 고객센터 직원은 곧바로 모니터 헤드 결속 장치가 불량이니 교체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려줬다. 새 부품을 택배로 배송받아 교체 수리하기까지 48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고장 난 사이렌은 나를 계속해서 좀먹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나처럼 불량 부품으로 어떻게든 TV를 고정해보겠다고 발악하기보다 '내일'을 기약했을 공산이 크다. 다음날로 어떤 일을 미루는 마음에는 스스로 언제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렸을 것이다. 나는 가져본 적 없어 한없이 부러운 태도다. 고작 새로 산 TV를 온전하게 조립하지 못할까봐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 고장난 사이렌은 어김없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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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