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없는 여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이 May 29. 2023

인생일기 19.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해.

병원에 있으면서 다른 환자들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중에 많이 들은 이야기는 재발에 대한 것이었다. 수술 후 5년 10년이 지났는데도 재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 못된 암 덩어리는 사라지지 않고 몸속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괴롭히는 걸까 싶었다. 몸 관리를 신경 써서 하고, 그 힘든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이겨낸 사람들에게 재발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재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암은 치료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구나,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지금 안 걸렸다고 해서 안심할 것도 아니라는 것.     

이런 우연, 기분 좋다. 사실 시계 보고 기다렸다 찍은 것 ㅎ

몸과 마음이 편치 않다 보니 내 상황에 대한 감정을 남편에게 계속 풀었다. 솔직히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병원에서 속이 안 좋아 토했다. 피가 섞여 나왔는데, 가족들 걱정할까 봐 말을 못 했다. 다행히 토하면서 목 안쪽에 상처가 난 것이라 크게 신경 쓸 건 아니었지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다 말할 수는 없어서 대충 말한 것도 있었다.


3차 항암 후 오른쪽 손이 저려서 글씨를 거의 못 썼는데,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쓰지 마.”라고 말했다. 또 1박 2일 항암에서 당일 입원 항암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더니 교수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신 거니 1박 2일로 하라고 했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요양병원과의 입·퇴원이 번거로운 부분도 있었고, 제일 싫은 건 입원해서 링거를 너무 긴 시간 동안 맞는다는 것이었다. 1박 2일이면 거의 20시간을 맞는다. 안 맞아 본 사람을 모른다. 얼마나 지겹고 불편한지. 내 사정도 몰라주고 너무 서운했다. 평소에 나한테 잘해주고 아껴주는 남편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차단되어 버리니 짜증이 났다.


처방전의 일부. 손발 저림이 심해지고 있다. 2023년에도 여전히 진행중. 단 1초도 저리지 않은 적이 없다...

엄마는 병 때문에 힘든 것은 아픈 사람만 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아서 화가 났다. 내가 환자라서 짜증을 부린다고 생각할까 싶어서 그런 마음을 갖지 말아야지 했는데, 서운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미운 말을 했다. 남편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을 앞세우며 시위 부리듯이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3차 항암을 하고 중간 점검차 여러 검사 후 외래진료를 했는데, 이상 없이 깨끗하다고 해서 한시름 놨다. 4차 항암을 기다리면서 걱정보다는 벌써 반이나 했네,라는 생각에 후련했고 이 힘든 과정을 잘 견뎌온 나를 칭찬했다. 요양병원도 오래 있다 보니 매일 보는 분들과 친해졌다. 간병하시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드라마도 같이 보고, 다른 병실 환자분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아픈 주사를 놔주는 간호사 선생님들도 매일 보니 정들어서 편해져서 주사 살살 놔주세요. 하며 징징거림이 섞인 엄살도 부렸다. 어떤 장소에서든 사람들은 다 적응을 하는구나. 나랑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장소에서도.     



< 현재 발행 중인 ‘없는 여자’ 시리즈는 작년 위암 진단 및 수술 후, 마지막 항암까지의 스토리를 회상하며 썼습니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생활은 다른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걱정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일기 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