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강가 Sep 30. 2023

16. 차 한잔의 시간

#1 겨울, 스며드는 감정의 온기


따뜻한 차 한잔의 시간.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이다. 카페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던 시절에도 나는 매장 전용 잔을 요청했었다. 머무는 시간이 짧지 않다면, 그 시간만큼은 예쁜 잔에 커피를 담아 마시고 싶다. 일회용 컵과는 달리 은은하게 전해져 오는 온도를 천천히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마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전용 잔에서의 향과 맛이 더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커피의 온도도 더 느리게 식어가는 것 같다.





고모역을 다녀오는 길에 들른 클래시듀드는 정말 너무 내 취향의 카페라 머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의 따뜻함과 조용한 실내는 물론이고 아기자기한 예쁜 잔들까지 무엇 하나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마음에 커피를 주문하면서 전용 잔에 담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전용 잔을 요청할 때면 사실 카페 주인이나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눈치를 볼 때도 있다. 아무래도 설거지거리를 하나 더 안겨주는 셈이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반갑지 않은 일이 아닌가. 그래서 매장 안 일회용 컵 사용금지가 되었을 때 나는 오히려 더 반가웠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눈치 볼 필요 없이 카페 안에서 전용 잔에 마실 수 있으니 말이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녹으며 맹맹해지는 맛이 싫어 따뜻한 커피만 고집하는 내겐 이런 예쁜 잔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의 시간이 소중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15. 각자의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