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왠지 불안해요.
가끔은 이런 말을 듣는다.
“그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근데요… 제가 자꾸 불안해져요.”
그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잠깐 조용해진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으로 인해 ‘불안해진다’고 말할 때, 그 불안은 꼭 그 사람이 잘못해서가 아닐 때가 많다.
오히려 내 안의 오래된 감정이 다시 움직일 때,
그때 불안은 조용히, 아주 익숙하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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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명)님도 그랬다.
남자친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시간과 돈을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찮은 척하려 해도, 마음이 계속 흔들린다고 했다.
“잘못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근데 그걸 볼 때마다,
너무 싫고, 불안하고,
가끔은 분노가 올라오기도 해요.”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그 감정 속으로
조심스레 내려가 보기로 했다.
“혹시요…”
“나는 그런 엄마를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못 가져본 따뜻함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걸 보면 속상해요.”
린님의 이 말은,
곧장 가슴 안으로 들어왔다.
아, 이 감정은
지금의 상황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어릴 적, 내가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속상함과 외로움에서 비롯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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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나는 이런 말을 건넨다.
“린님, 지금 느끼는 이 불안은
남자친구가 엄마를 챙겨서 생긴 게 아니에요.
내가 과거에 받지 못한 무언가가
지금 상황에서 다시 떠오른 거예요.”
이 말이 꼭
그 감정을 해결해준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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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우리는 감정을 이렇게 다뤘다.
“괜찮아.
그건 과거의 일이고,
지금 나는 새로운 관계 안에서
다시 사랑을 배우고 있어.”
감정이 올라올 땐 억누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정하게 말 걸어주었다.
그게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고,
린님의 눈빛이 조금씩 말랑해지던 순간들을,
나는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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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을 때,
‘지금 이 감정은 현재 때문일까,
아니면 예전의 외로움이 건드려졌을까?’
조용히 물어보기.
2. 마음속 어린 아이에게 말 걸어주기
“그래, 너 그런 마음 느낄 수 있어.”
“지금은 괜찮아. 지금은 그때가 아니야.”
3. 이성적인 행동 제안해보기
“조금만 기다려보자.”
“그건 남자친구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과거를 떠올린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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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끝난 뒤,
나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적었다.
좋은 사람인데, 괜히 불안해질 때가 있다.
그건 지금 그 사람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예전의 나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감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다정하게 말 걸어주는 것.
그게 감정을 다루는 첫 걸음이고,
우리가 자기 자신을 진짜로 돌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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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부디 그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살며시 다정하게 물어봐 주세요.
“지금의 나는, 괜찮아.”
“그때와는 달라.”
그 말 하나가
당신을 한 뼘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