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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Jul 21. 2023

7월의 안부

힘내요 그대!!


장마 걷힌 날에 오랜만인 볕이 반가워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습기 가득한 마음 하나 내걸고,

찌꺼기 같은 마음의 먼지들도 탈탈 털어 냈습니다.

가려져 비에 잔뜩 웅크렸던 잎새들이 기지개를 켜고,

잔바람의 속살거림을 듣습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것들이 오랜만인 볕에 

이토록 밝게 빛나는 시간들입니다.


미적지근한 바람에 살갗을 적시며,

햇살을 걷는 발걸음이 연실 땀을 이마와 등줄기로 실어 나릅니다.


장마에 온종일 젖어 있던 나무들을 보고,

거친 비에 부딪쳐 아팠을 꽃들도 바라봅니다.

오랜만인 볕에 몸을 말리며 그들도 늘어진 휴식을 취합니다.

장마에도 견뎌내는 나무와 꽃들이 그저 대견합니다.


사는 게 가끔은 아플 때가 있어요.

파도가 날마다 잔잔하지는 않으니 때론 거칠 때도 있겠죠.

어쩌면 우리는 해마다 장마 속을 뚫고 지나듯, 

그치기를 기다리는 빗속에서, 날마다 춤을 추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삶은 미완성 이니까요.


곳곳에 숨겨진 삶들을 꺼내서 들춰 보면 아프지 않은 곳 없습니다.

견디며 아픔 끝날 날엔 반드시 밝은 날이 있지 않을까요.

여름도 한때이고 장마도 한때입니다.

하루가 지나는 끝에 노을은 찾아오고 , 노을 지면 별이 뜨고,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올 것이며, 

밤이 지나는 그 길 끝에는 늘 새벽이 있습니다.


어둠을 지나는 통로가 꽤 멀고 길지라도 긴장마는 끝나고,

맑게 개는 날이 반드시 찾아 올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힘내요 그대!!




해마다 우리 곁에 찾아오는 장마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잠시 접힌 장마길에 햇볕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전국적으로 장마의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피해를 입은 아픔들이 가득하다. 목숨을 잃은 그들의 지난 삶을 보니 모두가 안타까운 생명들이다. 게다가 요즘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선택은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사는 게 때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내게 찾아온 뜻하지 않은 날들을 살아가야 하는 때가 있다. 가족과 헤어져 이별을 살아야 하고, 아픔을 살아야 하고, 슬픔을 살아 내야 하는 날들이 있다. 그러나 이 모두의 삶도 나의 것이니 견디며 살아 내야 하는 길이 아닐까.


어제가 처음 같던 7월이 어느새 중반을 지나 하반기로 들어서고 있다. 다음 주면 장마도 소강상태를 보인다고 한다. 장마가 끝나면 열대야가 올 것이고 열대야가 끝나면 입추가 오고 여름의 꼬리도 살짝 보인다. 긴 장마도 어느 정도 지나고 있으니 모두들 기운내시고 잘들 살아 내시라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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