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를 다녀오며..
지난 금요일 그녀를 만나기로 마음먹고 학교로 향했다. 내일 49재가 다가오기 전 그녀에게 마음을 전해야 될 것 같았다. 그곳을 다녀오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꽃가게에서 국화꽃 한 송이를 샀다. 국화는 가을에 피어 오는 꽃이지만 내게는 가을이 아니어도 꽃가게에 들러 국화꽃을 사는 날이 일 년에 한 번은 꼭 있다. 아버님의 기일이 겨울에 있기 때문이다.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사며 그녀를 떠올렸다.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부디 이 마음이 잘 전해 지길 바라며 주인에게 꽃값을 지불하고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아픔이 아직 삭히지 않은 채 교문 앞에는 추모 화환과 국화꽃바구니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학교 정문에 계시는 보안관님께서는 묻지 않으셔도 한 손에 들고 있는 국화꽃을 보고 내가 추모하러 왔는지 한눈에 알아보셨다.
안내해 주신 말씀에 따라 추모장소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학교 주위를 둘러보며 그녀를 상상했다. 그녀의 모습이며 당시 힘겨웠을 마음 가운데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했을 그 마음, 그리고 떠날 때의 그 심정들을..... 마음이 숙연해졌다.
교내 추모장소에는 여러 개 놓인 국화꽃들이 그녀처럼 말없이 누워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숨 쉬며 사는 것도 때론 누군가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하는 일 이라며, 잠시라도 당신에 대한 마음을 아파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이 마음 다하지 못하지만 그래야 당신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군데군데 붙어 있는 메모지가 보였다. 대부분 떠난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그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들이 적혀 있었다. 한 아이가 선생님이 보고 싶다는 메모를 남겨 놓은 것이 보였다. 평소에도 그녀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떠나고 이젠 말이 없다.
돌아 나오는 발걸음에 여름꽃들이 군데군데 지고 있었다. 그녀 없는 가을이 그곳에도 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선택이 더 이상은 누구의 아픔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곳에서는 부디 마음 더 이상 아프지 말기를 바랍니다.
생의 짧은 순간이 당신의 삶이었지만 살다 가느라 고생하고 수고가 많았다고 그녀에게 전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녀에게 다녀오며.. 2023.9.1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