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려원 Sep 18. 2023

가을의 전시

예술인 페스티벌


한 해 농사를 열심히 잘 지어 열매를 거둬들이는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풍성한 계절의 맛을 본다. 이러한 계절에 예술인들의 다양한 축제 소식도 여기저기 들려온다. 지난 13일엔 구청장을 비롯해 고위층 관계자분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술인 페스티벌 개막식을 했다. 예술인 페스티벌은 그 지역의 예술인과 단체가 모여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하는 교류와 축제의 한마당이다. 부분은 미술, 서예, 사진, 문인 시화 작품을 전시하고 국악과 무용, 연극 부분의 총 7개 단체의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앞으로 일주일 정도 더 열릴예정이다.



협회에 계신 선생님과 갤러리 지키는 당번을 했다. 관람 손님을 맞으며 작품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주말 시간을 보냈다. 글 쓰는 문인들의 문학 이야기는 가장 관심사 있는 부분이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도 끝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게 주신다고 출간한 시집을 한 권 들고 나오셨다. 선생님의 시집은 번역서를 비롯해 이 외에도 여러 권의 책을 더 출간하셨다. 2023년 가을에 받은 첫 싸인의 목록이다.


작다고 다 가볍지 않다.


금은 금고보다 무겁고

의심은 때로 지구보다 무거운 법.


오직 새들만이 뼛속까지 비어

푸른 바다에 밤 좌표를 만들고

어두운 밤 인도기러기는

자신의 숨을 줄여 히말라야를 넘는다.


작다고 다 가볍지는 않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독수리보다 더 멀리 난다 하니.

저기 저,

비어 있는 가을 하늘 좀 보아라!


당신도 날아간다. 「강서일. 하늘을 난다 전문」  



1)

고문님께서 갤러리 지킴이로 수고한다고 피자를 들고 방문하셨다. 숙대 국문과를 졸업하시고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셨다. 그간의 문단 활동으로 전시한 작품이 꽤 여러 개인데 이제는 비워야 할 때라며 지니고 계신 작품들을 모두 여기저기 나눠 주고 계신다는 말씀을 하셨다. 비워야 한다는 그 말씀이 잊고 잇던 내 마음을 불렀다. 비우고 채운다는 것에 의미를 알고는 있지만 잊고 살 때가 있다. 이 가을에 비우고 채워야 할 것들을 생각하게 하셨다.


2)

작품 뒤에서 작품을 감상한다. 작품 감상자의 뒷모습에서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작품에 대한 어떤 생각을 담고 감상을 하고 있을지... 눈이 선생님의 뒷모습에서 한참 머물러 있었다. 그곳에 내 아버지와 어머님의 등이 있었고, 집안의 가장인 남편의 등이 있었고 먼 훗날의 나의 등이 선생님의 굽어진 등위에 있었다. 아름다운 시간에 머물러 그 시간들을 따라 흘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9월이 하반기로 들어섰다.

지나고 보면 시간이란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다. 어느새.....


한낮의 기온은 아직 여름을 다 떨구지 못했지만 날마다 다르게 찾아오는 새벽 공기는 벌써 가을이다.

모든 사람들이 말하듯 책 읽기 더 좋은 날이고 글 쓰기 더욱 좋은 날이다.

국화가 소담스레 피어서 오고 코스모스 한들 거리는 모습을 상상한다.

비우고 채우는 문턱에서 다시 써야 할 목록들을 작성하고

가을도 풍성하게 누릴 수 있는 날들에 감사하며 마음의 여유를 챙겨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에게 다녀오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