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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May 04. 2023

숨 쉬는 언어(2)

사진 자료: 페이스북 페이지 청주시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어지럽고 시끄러운 문장이 있는가 하면 몇 마디 하지 않았음에도 고요하고 평온한 낱말들이 있다. 시끄러운 문장들은 듣는 상대도 편하지 않은 마음을 갖게 하며, 자기 분노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말들은 더욱이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감정이라는 게 숨어 산다. 이런 감정들은 겉으로 자기표현을 드러낼 때 입 밖으로 나오게 되며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다. 내면은 마치 내 영혼에 깊이 박힌 뿌리 와도 같아서 이것을 날마다 우리 몸에 목축임 하듯 축축하게 적시지 않으면 향기 없이 시들어 버리는 꽃과도 같다. 시들어 버린 내면은 어떠한 감정에도 주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이게 한다.


한마디의 말은 상대와의 약속이고 글은 독자와의 약속이다. 약속은 어떠한 경우라도 지키는 게 약속이지 지키지 못하는 약속은 낱말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면서 법을 어기면 그에 해당되는 벌을 받듯 약속의 대상자는 누가 되었든 굉장히 강한 법칙과도 같다. 말에 대한 약속이 이와 마찬가지다.


어느 곳이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사람수에 따라 그만큼 감정과 입이 여러 개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 관계에는 언제나 간격과 적당히라는 것이 있다. 적당한 선에서 간격을 두지 않고 말 많은 여러 무리수에 안에 갇혀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나는 없어지고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우물 안의 개구리 와도 같은 셈이다.


말도 자기 절제와 절단력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가 통제하지 못하고 주체하지 못하는 언어는 금방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자신의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언어는 매일을 비행한다. 그러나 추락하는 것을 꿈꾸지는 않는다. 말과 언어는 나와 함께 늘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로 스스로가 매일을 다져질 일이다. 202305040701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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