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물감, 52개월,도화지)
우르릉~
쾅!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한밤중 하늘에 번쩍 번개가 지나가고 찰나 대낮처럼 밝아졌다가 다시 캄캄해진다. 쏴아아~ 퍼붓는 빗줄기 소리가 금방이라도 세상을 집어삼킬 거 같다.
쾅!
가까운 곳에서 번개가 떨어진 건지 우레 소리에 집이 흔들린다.
"무서워"
사랑이는 제 엄마 품속으로 파고들며 오들오들 떤다. 엄마는 병아리 같은 사랑이를 어미 닭처럼 품어준다. 엄마 품 속의 사랑이는조금 안도한다. 사실은 엄마도 무섭다. 바로 옆에서 떨어지는거 같은 우레 소리에 엄마도 비명소리가 터져나온다. 하지만 사랑이는 엄마는 어떤 천둥 번개도 막아줄 힘이 있을 거라 믿는다. 엄마 품은 세상 그 어느곳 보다 안전하니까.
우르릉 쾅!
다시 집이 흔들린다 엄마는 아이를 더 꼭 안아준다.
사랑이의 그림 속에서도 비가 퍼붓는다.
비가 세상을 다 삼켜 버린다. 그림 속에는 검은 물들이 공포스럽게 넘실댄다. 사랑이가 태어나 처음 겪은 무시무시한 자연현상이었다.
하늘을 쪼개버릴 듯한 번개와 세상을 부술 것같은 우레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밤의 공포가
사랑이의 그림 속에 녹아있다.
그 폭우 속, 그림 한 중간에 한 아이가 누워있다.
사랑이가 말한다.
"이 애는 비에 흠뻑 젖어서 일어나지를 못해요."
아이를 둘러싼 붉은 색은 공포를 그린것일까?
엄마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집이었지만 사랑이는 어른들도 이 자연현상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걸 알았던가 보다.
사랑이는 그려놓은 그림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고 잘난 척해도 자연현상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야만 한다는 걸 말해주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