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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터 Mar 02. 2022

코로나에 걸렸다!(2)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어떤 증상도 없는데? 그런데 확진이 됐다고? 

A의 확진 소식을 들었을 때 밀접접촉자인 나는 음성이었지만 자가격리를 자청했다. 만일을 대비해 철저하게 생활을 분리했던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하지만 만일이라는 것과 실제 상황이라는 건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아주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두 줄이 나온 내 키트를 보고 식구들이 긴장했다. 식구들 모두 자가 키트로 검사를 했다. 다행히 손녀를 비롯한 모두들 음성이었다. 




 다음날 A와의 자리에 같이 있었던 남편과 함께 보건소에 갔다. 나는 이미 삼일 동안 스스로 자가격리했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양성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스스로 한 삼일은 사라지고 새로 일주일의 자가격리가 시작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아무 증상도 없다. 전화를 해보니 내게 옮겨준 A는 증상이 좀 심했다. 기침이 나오고 목이 따갑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흘 후면 격리 해제이다. 


다음날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양성. 이미 자가키트로 확인했기에 놀랍지도 않았다. 남편은 음성이었다. A와 1미터 이상의 거리로 비껴 마주 앉아 있었던 남편은 음성이었고 50센티 거리에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던 나는 양성이었다. 거리두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A가 양성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지체 없이 자가격리를 시작한 것도 참 잘한 거 같다. 덕분에 가족들 아무에게도 옮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저녁 무렵 담당 간호사라면서 전화가 와서 내 증세를 물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똑같은 질문들을 하고 일일이 체크하자면 참 힘들겠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더 밝게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난 아무 증세 없이 멀쩡하다고. 필요한 것도 없다고.

 양성이라는 걸 안 후에야 내게도 조금 증상이 나타나긴 했다.  기침이나 인후통 같은 코로나를 대표하는 증상은 여전히 없었지만  체온을 재어보니 37,6 미열이 있었다. 그것도 한나절 지나니 37,2, 36.9도를 찍으며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아침에 일어나니 한기가 느껴졌다.  난방이 잘 된 방 안인데 손까지 시렸다. 체온을 재어보니  36.0~36.3도 사이를 오르내렸다. 코로나의 일반적인 증상 열감과 반대로 체온이 떨어졌다. 하지만 몇 시간 후 그것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낮엔 괜찮은데 저녁이 되면 목소리가 가라앉아 다소 거친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게 내게 나타난 코로나(아마 오미크론일 거다) 증상의 전부였다. 



이렇게 나는 말로만 듣던, 나하고는 상관없을 줄 알았던,  무시무시할 줄 알았던, 코로나 확진자가 됐다.  걱정되는 건 나 때문에 식구들까지 모두 발이 묶이면 어떡하나 였는데 질병본부가 자연스레 해결시켜주었다. 3월 1일부터 감염법이 더 완화돼서 동거인 중 재택치료자가 있어도 음성인 가족들은 마음대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전염성이 약해진 게 아니라 관리 인력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그리고 집단면역도 기대하고 있을 거고.  백신면역보다는 자연면역이 낫다니.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집 밖을 나올 수 없게 되면 가장 곤란한 게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손녀의 픽업이었다. 며느리가 일찍 퇴근하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더니 그것도 해결이 되었다. 아들 회사에서는 동거인이 확진자가 되면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도록 되어있다고 했다.  그러면 양해를 구하고 잠깐 나가 손녀를 픽업을 해올 수는 있을 것이다.

음성일 때는 몰라도 양성인 걸 알면서 내가 밥을 하는 건 꺼림칙했다. 난 철저한 집밥 파이다. 내 연령층치곤  컴퓨터나 기계도 잘 다루는 디지털화된 인간이지만  음식에 관한 한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내 손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본 적이  없다. 배달 음식 앱이나 배달 식당 전화번호 자체도 알지 못한다.

 남편이 일찍 와서 저녁밥 하겠다고 나섰다. 남편은 된장찌개 선수이고 부엌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아마 남편이 한동안 부엌을 차지하게 될 거 같다. 


 원래 우리들 식사 담당은 내가 주 책임자인데 내키면 며느리나 남편도 나와 각자의 요리를 하기도 하는 자유 협업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공휴일에는 식구들이 모두 부엌에 나와 복작대며 자기들이 먹고 싶은 요리를 하고 있을 때도 있다. 

 설거지는 며느리가 주 책임자이고 아들이 보조자이다. 싱크대에 그릇이 보이면 남편이 해치우기도 한다.  

아들은 퇴근도 늦지만 재택근무라고 집에 있어도  정해진 시간 외엔 오히려 더 자유롭지  못해 부엌일까지 맡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내가 우리 집에서 1호 감염자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식구들 중 가장 집 밖을 나가지 않는 내가 말이다.

 게다가 3차 백신을 맞은 지 겨우 보름밖에 안 지났다.  백신의 면역력이 팔팔하게 살아있어야 할 때이다. 나는 1, 2, 3차 백신 접종 때마다 모두 심한 부작용을 겪었다.  그래서 3차 백신 맞는 걸 무척 두려워했지만 백신패스가 도입되는 바람에 어쩔 수없이 맞았던 터였다.

하지만 우리들의 백신 방어력은 그다지 단단하지 못했나 보다. 내게 코로나를 전해준 A도 3차까지 백신 접종을 했지만 걸렸다. 전화해 보니 A는 다소 심한 상태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원래 거의 감기를 앓지 않는다. 감기를  앓아본 적이 언제였나? 곰곰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질 않을 정도로. 부작용이 겁이 나 독감 예방 주사도 한 번도 맞은 적 없다. 건강검진을 해보면 내 폐는 건강한 편에 속했다. 그래서인지, 감기에 강한 편이어서인지, 마지못해 맞은 3차 백신 덕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행하게도 나는 큰 증세 없이 쉽게 넘어가고 있었다.

 백신 3차까지 다 맞고, 남들보다 심한 백신 부작용 겪고, 화룡점정으로 코로나까지 거쳤으니 나는 이제 무적의 슈퍼 파워 항체 보유자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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