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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터 Mar 04. 2022

코로나에 걸렸다!(4)

 걱정으로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아침을 맞이했다. 아들 식구들이 자는 방이 조용했다. pcr 검사 결과를 알기 전까지는 직장이든 어디든 갈 수가 없으니 아예 잠이나 푹 자는 거 같았다. 9시 넘으면 보건소에서 연락이 올 텐데. 내 방 안에서 나 혼자 초조했다.

아침 10시. 아들이 방문을 두드렸다. 방문이 열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들의 입을 쳐다봤다.  의외로 얼굴이 밝다.  

"음성이래요. 우리 모두 다."

"진짜?"

"네."

"와아~"

 입에서 저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밤새 얼마나 마음을 조아렸던가. 나는 아들 내외는 양성일 거라고 체념하고 있었다.  백신 3차까지 다 맞은 성인들이니 어떻게든 넘어가겠거니 했다. 내가 걱정한 건 백신 한 번 맞은 적 없는 손녀였다.  

 바로 얼마 전, 영유아 코로나 환자 전문병원이 없어 어느 유아가 병원을 찾아 헤매다 죽었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에 얼마나 마음 아파했던가. 그런데 바로 내 앞에 반드시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것도 나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는 그만하면 좋겠다 싶은  끔찍한 상상이 자꾸 새끼를 쳤다. 쓸데없이 좋은 상상력이 나를 더 괴롭혔다.

어른들은 다 걸려도 손녀만은 아니길 바랐다. 그리고 그렇게 됐었다. 근데 막상 닥쳐보니 모두 다 양성인데 손녀만 음성인 상황 또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손녀가 양성이고 내가 음성이면 나는 물론 제 부모도 기꺼이 손녀 옆을 지켜주겠지만 그 반대는 참 당혹스럽다. 방법을 찾지 못하니 아들 내외에게 감염시킨 나 자신만 자책하고 또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모두가 다 음성이라니! 

짓누르고 있던 죄책감의 짐이 갑자기 사라지고 홀가분해졌다.

 복권 당첨된 기분이 이런 거지 싶었다. 




  며느리는 가벼운 감기였던 거였다. 모두 예민해 있던 시기였으니 조그마한 중상도 예사롭게 넘겨지지를 않았던 것이다. 자가진단 키트까지 애매하게 나오는 바람에 며느리에게 나타난 증상을 코로나로 속단을 해버렸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얼마나 조심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식구들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싶다. 내 몸에 아직 남아 있을 바이러스가 남을 감염시킬 만큼 강하지는 않을 거 같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사흘이 더 남았지만 나는 사실상 일주일 자가격리를 했지 않은가. 

 나는 감염된 날과 장소, 나에게 감염시킨 사람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였다.  내 앞에 앉았던 A가 양성이라는 소리를 듣자 처음은 음성이었지만 나는 바로  자가격리로 들어갔다. 요즘처럼 수많은 환자가 쏟아져 나오는 때에  그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경우인지 모른다.

pcr 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되고 난 뒤에도 내게는 코로나라고 할만한 증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만일 A가 전화를 해오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똑같은 일상생활을 했을 것이다. 이전과 같이 식구들과 같이 밥을 먹고 침 튀기며 이야기하고 손녀와 놀고 뽀뽀도 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식구들을 감염시켰을까? 무증상이니 그다지 감염력은 없지 않았을까?

며칠 후 이 독방 감옥에서 풀려나면 생두부라도 먹어야겠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게.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식구들이 나 때문에 감염된 줄 알았던 하룻밤의 기억은 끔찍했다. 나 혼자만의 일로 끝난 것이 정말 감사하다.

오늘도 내게 전화가 올 것이다. 

매일 하루 한 두 번씩 전화하며 내 건강을 체크해주는 얼굴도 모르는 간호사들. 매일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우며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환자들의 건강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얼마나 힘들까. 

 수고하는 모든 의료진들이 새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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