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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Jan 22. 2023

인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하세요~"


수업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복도를 닦고 계시던 아주머니께 인사를 했다.

뒤따라 나오던 학생 한 명이 내 곁에 바짝 붙더니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 왜 청소부 아주머니께 인사를 해요?"


엥? 이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내가 의아해하며 당연히 사람이 있으니, 그리고 늘 청소해 주시는 분이니 인사를 해야지라고 대답하니 학생이 더 의아해하며 교무실까지 따라와서 묻는다.

"그럼 선생님은 원장선생님께 인사할 때랑 청소부 아주머니께 인사할 때의 마음이 같아요?"

당연히 같다고 대답해 줘도 어찌 그게 같은 마음일 수 있냐부터 해서 이해가 안 된다는 그 학생의 말과 표정을 보면서 순간 마음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 과학고를 목표로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고, 실제로 과고 진학 후 카이스트를 갔다.

모든 학생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나중에 사회 속에서 상위 그룹에 속할 그들이 관계 속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서열을 두어 이런 사고방식으로 사람을 대하게 된다면 참으로 삭막한 세상이겠다 싶었다.

지금은 사회인이 되었을 그가 그때와는 다른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있기를 바라본다.




나의 사랑스러운 첫째 조카는 예술적 기질이 다분해서 인지 조금 예민하여 주위 반응에 매우 민감하다.


조카의 고모부가 무엇 때문인지 그녀를 못마땅해하고 그런  그녀의 인사성에 대해 가정교육을 운운하며 아이를 잘 못 키웠다고 그녀의 엄마인 내 동생에게 한소리를 한다.

고모부를 보고 바로 인사하지 않았다고.

그는 아이들이 그에게 인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보다가 제일 소심했던 첫째 조카인 그녀를 짚어 낸 것이다.


그녀의 이모부인 나의 남편은 조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쭈뼛하는 아이들을 보며 먼저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이 그제야 이모옆에 있는 처음 만난 이모부에게 한 명씩 수줍게 인사를 한다. 그 이후 아이들이모부가 매우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그녀의 고모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라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니 처음 만나 어색해서 그런 건데 뭐 어때요~누가 먼저든 인사하면 된 거지라고 한다.




인사라는 것은 누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전해지는 것으로 인사를 나누면 되는 것인데  윗사람이라고, 상사라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인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사는 서로 하는 것이다. 대등하게.


낯선 이에게 인사가 선뜻 어려운 사람도 있다.

사람에 따라 성향이 다르듯이, 상황에 대한 감정 또한 다채롭듯이.

그럼 조금 외향적인, 혹은 먼저 본 사람이 인사를 하면 되는 것이다.  

나도 한 번씩 인사할 타이밍을 놓쳐 아차 싶을  때가 있 이를 개의치 않고 먼저 인사해 주는 상대방을 만나면 그에게 더 호감이 갔다.


아이가 먼저 "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어른인 우리가 아이 눈을 맞추고" 안녕?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주면 어떤 아이라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인사하게 될 것이다.

아주 수줍게 그들의 세상을 열어 보일 것이다.





여담으로,

서른  넘게 있는 교무실에 늘 시간 맞춰 아슬하게 출근하던 나는 교무실 문을 열고 " 안녕하세요~좋은 하루입니다" 하고 들어갔다. 관적으로 하는 사였다.


그 누구도 호응해주지 않는 인사를 그리 매일 하는 나의 모습여워 반했다던 4살 연하 남자선생님이 계셨다. (이건 또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이러면서 들었다)

다른 과라 교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회식 때마다 살갑게 챙겨주시더니 어느 날 그렇게  치고 들어왔다.

저 연하와 연애 안 합니다~라고 거절하니 잠시 낙담하시던 그 남자선생님은 나중에 같은 과에 매력적인 여자 선생님과 결혼하여 아들 둘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신다.


습관적으로 하는 인사도 매력적으로 봐셔서,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랑스럽게 포장해 주셔서 나의 연애사에 "연하가 좋아해 준 적이 있다"라는 서사를 만들어주 그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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