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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의 기술 이은영 Oct 04. 2016

게으르게 살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서러움은 꼭 베개에 머리를 댈 때 생기곤 한다. 이제 자려고 한 숨 돌리고 침대에 누우면 오늘 보냈던 하루가 떠 오르면서 콧등이 시큰거리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혼자 침대에 누워 눈 방울이 떨어지면 또 그 모습이 처량하고 안쓰러워 오른쪽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문은 이내 왼쪽 뺨에서도 흘러내린다.


여기서 멈추지 못하고 세 번째 눈물을 흘린 날은 휴지까지 동원해 펑펑 소리 없이 울다가 다음 날 퉁퉁 부은 얼굴 살 들 중에서 간신히 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다행히 세 번째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잠이 든다면 꽤 가뿐한 컨디션으로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세 번째 눈물을 흘리기 전에 반드시 잠이 들거나 이 서러운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의 서러움 폭발은 꼭 몸의 컨디션과 연결되어 있고 함께 온다. 한참 아프지 않다가 1년여 만에 감기에 걸렸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두통이 있어도 사실 하기로 했던 해야 할 일들을 못 본 채 안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억지로 억지로 몸을 끌고 나가다가 안 좋은 컨디션 탓에 저녁 먹은 게 체하기까지 한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해야 할 일이고 예정된 일이건 간에 이럴 때는 그냥 두러 눕고 한 숨 잔다. 컨디션이 나아지길 기대하며 말이다. 하지만 임시방편으로 이렇게 조금 잤다고 해서 가뿐하게 다시 나이 질리 없는 몸이다.


사실 내 몸은 이렇게 아프기 전까지 내게 계속 신호를 보냈었다.


주인님 요즘 너무 무리하는데요.
이렇게 신경 너무 많이 쓰면 곧 탈 날텐 데요.
좀 쉬시지 그래요?


수 차례의 사인을 무시한 것은 나였다. 연휴 동안 아이와 무리하게 놀았고 결국 나도 아이도 병이 났다. 컨디션이 안 좋은 와중에 계속해서 글을 썼고, 계속 오만군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 결국 몸이 고장 날 수밖에.


몸이 아파도 컨디션이 안 좋아도

하루 1MM라도 더 나아가기 위한 나의 노력과 애씀은 계속된다.


몸이 안 좋아 일찍 잠자리에 든 10시면 그래도 꼭 새벽 4시 반에는 알람을 맞춘다.

6시간 반이면 충분히 자는 거지~


눈을 비비며 일어난 새벽시간.

가만히 책상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한다.


좀 게으르게 살아야겠다


어쩌면 요즘의 정체는 너무 빡빡하게 살아서인지 모른다.



구글은 근무 시간의 20%를 반드시 딴짓에 쓰게 하는 '20% 룰'이 있다. 자기 업무 외 다른 분야를 들여다보도록 일부 특정 시간을 배정함으로써 시야를 넓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자 만든 제도이다. 실제 그들에게 부여된 20%의 시간은 효과가 있었을까? 이 제도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 중 몇 개가 구글 맵스와 지메일이라고 하니 그 성과는 분명한 것 같다.

이러한 지극히 외국스러운 일은 아주 천천히 국내에서도 도입 검토되고 있다. CJ E&M은 2주에 한 번, 근무시간 중 4시간을 외부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Break for an Invent(발명을 위한 휴식)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신들의 일을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했듯이 직원들에게 다양한 경험, 새로운 생각, 여유, 그리고 휴식을 위해 만든 제도이다.


더 열심히 해라, 더 노력해라, 더 뛰어라가 아닌 세상이다.

세계 최고의 회사 구글은 왜 직원들에게 딴짓을 공식적으로 권장하는 것일까?


그것이 진짜 더 가치로운 투자일 수 있으니까.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


당분간 좀 게으르게 살자
건강을 위해서
창의성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새벽형 인간, 퇴근 후 2시간, 저녁형 인간.

얼마나 어떻게 시간을 쪼개고 효율적으로 살지에 대한 수많은 자기계발서 서적에 말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 가끔은 나 이외의 그 어떤 소리에도 반응하지 말아보자. 그리고 조용히 단 조금은 예의 바른 톤으로 가만히 이렇게 말해보자.


이런 좋은 소리,
개나 줘버려!!!

(멍멍)


그 어떤 좋은 이야기라도, 그 어떤 유명인사의 말이더라도, 그 어떤 로운 책의 글귀라도 그것은 그들의 목소리이지 나의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패한 이야기가 좋다. 성공한 이야기는 그럴듯하고 멋있다. 하지만 딱 그 그럴듯한 만큼 나에게서 먼 이야기다. 실패한 이야기 한 마디로 개 망한 스토리는 내게 딱 붙어있는 이야기이다. 자칫 내가 조금만 더 가면 딱 개망하기도 십상이다. 그래서 그 가까운 이야기 속에서 배우고 얻을만한 인사이트가 많다. 얼마전 참석한 Fuck Up Night(FUN) 들었던 연사들의 실패 이야기에서 처럼.

( http://fuckupnights.com/seoul/

 온오프믹스를 통해 신청할 수 있어요. @glamjulie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 전할게요.)


Success day에서는 사람들이 내게 말한다.

열정 도전 변화 혁신을 가지라고.


Fuck up  night에서는 내가 나에게 말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휴식 충전 게으름 나태함 일지 모른다고.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다는 단어는 게으름이다.

딱 일주일만 게으른 나로 살아야지.



좀 게으르면 어때
부지런한 나도
게으른 나도
예쁜 나도
안 예쁜 나도
그냥 나니깐.


결국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누군가 돌파한 이야기는 그래서 거리가 멀 수 있다.

그 사람의 성공 수단이지 나의 것이 아니기에.


정말 배울 수 있는 건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라도 해도

그것이 나의 뼈아픈 실패라고 해도


망해도 망해도 또 망해도 개망해도

결국 내가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 뿐.

그것이 나를 채워 나갈 거야.

 

초라하고 소소해도

근사한 남의 것보다 나의 이야기, 그것이야말로

참을 수 없는 내 존재의 가벼움을

조금은 무겁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I am a glam.

Glam i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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