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혼자 먹어도 여전히 밥이다
월요일은 무조건 집에 늦게 간다.
운이 좋아 일찍 퇴근해도 무조건 집에는 늦게 간다.
월요일은 내게 그런 날이다.
주말 내내 나 자신보다 가족에게 온전히 집중했으니까.
(사실 온전히라 할 수 없어 정정한다. 주중보다 비교적 많이)
나에게 월요일은 주말이다
나는 주말 대신 월요일에 휴식한다
그래서 월요일 퇴근 시간 이후는 오롯이 나의 것이 된다.
이것은 완벽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집에서는 언제나 내가 월요일 야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언제나 나는 월요일 밤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흔히 말하는 월요병과 정 반대되는 그런 가장 반갑고 기다려지는 날이다.
나에게 월요일의 이 달콤함을 빼앗는 그 죽일 놈의 야근만 없다면
월요일은 일주일 중 내게 가장 완벽한 날이 된다.
지난주부터는 당분간 명동으로 출근을 명 받았다.
그래서 내가 가장 아끼는 이 월요일 밤의 저녁 메뉴를 고르는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 섬세한 선택을 받는 메뉴는 바로 명동교자의 칼국수이다.
사실 고민이라 할 것도 없다.
참새가 방앗간에 들리듯
아침에 당연히 출근을 하 듯
나는 명동에만 가면 꼭 명동교자에 간다.
그리고 이 고기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온다.
이런 날이면 꼭 혼자서 밥을 먹는다.
명동에서 일이 끝나자마자 나는 급한 약속이라도 있는 듯 씩씩하게 혼자 명동교자로 향한다.
그렇게 항상 혼자 간다.
혼자서 칼국수 한 그릇을 잘도 먹는다.
남기지도 않고 작은 체구에도 웬만한 남자만큼 듬직하게 싹 싹 비우고 나온다.
왜 혼자 밥 먹으면 안 돼?
사실 가끔은 외롭기도 하다.
이렇게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말이다.
혼자 밥 잘 먹으라고
친절하게 쳐 놓은 칸막이가 있어도
혼자 왔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도
괜히
진한 칼국수 국물 냄새를 맡다 보면
아마 사람 냄새가 그리워지나 보다.
평소에는 안 그러다가
이상하게 혼자 밖에서 밥 먹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마
가장 아끼는 월요일 날 혼자여서 그럴까?
아니면 칼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아끼는 사람에게 먹이고 싶어서 일까?
그렇게 혼밥을 마치고
나는 또 그렇게 가장 아끼는 카페로 혼자 떠난다.
얼핏 보면 청승맞은 직장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먹고 싶은 저녁 메뉴를 먹고
후식으로 시원한 카페라테 한 잔 할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이래서 회사 다니지
칼국수치곤 꽤 비산 8,000원짜리 명동교자 국수를 사 먹을 수 있음에
칼국수까지 먹고 칼국수 가격에 뒤지지 않는 커피 사치까지 부릴 수 있음에
만약 직장이 없었다면
뜨문뜨문 미워도 지금 이 회사가 없었다면
잠깐 스쳐 지나가서 그렇지 또박또박 때 되면 나오는 월급이 없었더라면
이런 소소한 월요일의 사치를 부릴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일주일 중 가장 완벽한 이 요일에
이 곳은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아침에도 나는 정확히 이 장소에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출근 시간 전까지의 잠시 동안.
14시간이 흐른 지금 잠시 시간이 멈춰 있었던 듯 다시 이 곳에 돌아왔다.
나는 혼자 밥 먹고
나는 혼자 차도 마신다
북적이는 시내 한 복판을 혼자 돌아다니다 혼자 메뉴를 정했고
문득 외로운 마음에 씁쓸히 미소 지었다가
문득 행복한 마음에 피식 웃었다.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둘이서도 행복할 수 없다
혼자 먹어도 맛만 있더라.
혼자 먹는다고 양을 덜 주지도 않더라.
혼자 먹는다고 값을 더 받지도 않더라.
혼자 먹는다고 재료를 더 아끼지도 않더라.
그래서 밥을 혼자 먹어도
그 밥은 여전히 맛있는 밥이다.
혼자서 먹는 밥이 맛없는 사람은
절대 둘이서 먹어도 맛있을 수 없다
그냥 가끔씩은 혼자 먹어라.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 혼자 있어봐라.
꽤 괜찮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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