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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의 기술 이은영 Nov 07. 2018

애매한 부탁, 거절할까 말까

대신 선택해 드립니다, 이은영의 할까 말까 LAB

애매한 부탁, 거절할까 말까


우리는 참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관계의 다양한 만큼이나 각양 각색의 일들도 많은 부탁이나 요청을 받는다. 

돈 빌려달라는 부탁이야 어떻게 해서든 빌려 줄 수 없는 이유를 대겠지만 

때때로 거절하기 참 어려운 애매한 상황에 많이 부딪히곤 한다. 

사실 돈 빌려달라는 부탁의 경우 

진짜 내가 해 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말 빌려줄 돈이 없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할 수 있다. 

정말 안 되니깐 어려우니까 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할 수 있는데 하기 싫은 애매한 부탁이라면? 


거절의 진짜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애매한 부탁을 받았을 때 도드라진다.


소중한 주말 시간에 자신의 행사에 와 달라고 하거나, 
작은 무엇을 사 달라고 하거나, 
홍보해 달라고 하거나, 
누구를 소개해 달라며 같이 만나자고 하거나, 
내 매장에 무엇을 들여놔 달라고 하거나, 
나랑 뭘 같이 작게 하자고 하거나, 
뭘 잠시만 빌려달라고 하거나, 
누구랑 같이 만나 달라고 하거나, 
시간을 잠시만 내 달라고 하거나 

그 종류도 참 많고 다양하다. 


부탁을 들어주자니 마음이 싫고, 거절하자니 너무 하나 싶고 참 애매모호하다.


거절 할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지난 주말 지인의 출간 기념회 강연회가 있었다. 

사실 오랫동안 연락도 않던 사이인데 연락이 왔고 같이 티타임을 하며 

그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 

‘뭐야, 여기 초대하려고 오늘 만나자고 한 거야?’라는 의심이 들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만남이 즐겁기도 했고 

꽤 긴 시간 서로 소식을 몰랐기 때문에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나름 의미 있었다. 

지인은 돌아가며 인사와 함께 한 번 더 초대의 멘트를 내게 했다.


“주말에 오실 거죠? 

“주말이라서 조금 어렵긴 한데… 제가 스케줄 확인 후 시간을 만들어 볼게요.” 


사실 스케줄 확인은 예의상 답변이었고 안 가겠다는 결심을 한 터였다.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내게 의미를 둔 자리도 아니고 또 주말이지 않은가? 

소중한 주말을 좀 더 내게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야 할 일도 많이 있었다.

주말이니까 좀 쉬기도 하면서 간간히 그 일들을 들여다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말 직전 지인의 연락이 한 번 더 왔다. 

아예 지인은 그 행사에 내가 참석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것이 단체 문자임을 지각했을 때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처음부터 안 가려고 했던 행사인데 

또 연락이 오고 나니 슬금슬금 이런 생각이 올라와 버렸다.


‘가야 하나…. 안 가면 섭섭해 하시 려나… 그냥 갈까?”


결국 나는 이런 애매한 마음에 못 이겨 

그 주말 행사에 참석하는 선택을 내리 고야 말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이 가는가?


요약해 말하자면 그 선택의 결과는 최악이었다. 

결국 나처럼 부탁받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름만 올려진 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덩그러니 나만 놓여 초대받은 사람도 같지 않게 구석 테이블에 찌그러져 

‘당최 이 행사 언제 끝나나…’ 시간만 보다가 온 상황이 되어 버렸다. 


반갑다는 인사 한 번 이후 

특히나 재미없었던 그 강의를 몇 시간째 옴짝달싹 못하게 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나는 거의 탈출하다시피 그곳을 빠져나왔다. 

뭔가 억울하고 화가 났다. 


이미 내 주말은 다 지나가고 없었으며 분명 분노가 치미는데 눈치 없이 배까지 고팠다. 

그 공간 안에 있느라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근처 식당을 찾아 혼자서 2인분 식사를 주문하고 

찌개를 끓이느라 활활 불타는 부르스타를 보며 마음을 겨우 추슬렀다. 


그렇게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만 충전한 채 질질 몸을 끌고 왔고

이미 하루가 끝나 있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해 차를 놓고 갔는데 때 아닌 칼바람이 몰려왔다.

하필 옷은 홉 겹에 노트북이 든 가방이 오늘따라 내 어깨를 더 짓눌렀다.

게다가 신은 신발은 새 신발이라 발까지 아프다. 이 상황에 택시까지 안 잡힌다.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이미 모든 에너지는 소진되었고 이 안 좋은 기분은 다음날까지도 영향을 끼쳤다.

나의 바보 같은 선택이 소환되었고 

결국 잊혀졌던 그 지인과 왜 멀어졌는지 까지 

기억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내려온 지가 한참이다.

소처럼 잘못된 선택과 안 좋았던 기억들이 다시 되새김질해진다.


꼭 이런 강한 인상이 남는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애매한 부탁과 그 거절 사이의 갈등과 마주하게 된다.


“애매한 부탁, 거절할까 말까?”


선택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싫었는데 했다가 예상외로 ‘하기 잘했다’ 싶을 수도 있고 ‘그래 처음 감을 따라가야 했어. 괜히 했다’는 후회가 밀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선택의 기준을 갖는 것이다. 

그래야 선택하느라 낭비되는 시간의 소비와 

어떤 선택을 해도 수반되는 후회의 불필요한 감정을 줄일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애매한 부탁을 승낙할까 거절할까라는 마음이 들 때면 

딱 그 순간 정말 그 찰나의 내 마음을 잠시만 들여다봐 보자.

그러면 이미 결정은 내려지기 때문이다.


그 부탁을 들었을 때 딱 그 시간에 다른 일정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그때 내 마음이 기쁘다면 그 부탁은 거절하는 게 맞다.


만약 ‘아 딱 이 시간대에 다른 일정이 있네 아쉽네 선약을 조정해 볼까?’ 싶다면 

그 부탁은 수락하는 게 맞다.


아주 잠시만 내 마음을 비추어 보면 된다.


만약 지인이 요청한 그 출간 기념회 주말 시간에 결혼식이나, 

여행 일정이 잡혀 있었다면 나는 매우 기뻤을 것 같다. 


“에고. 그때 딱 일정이 있네요. 빠질 수 없는 결혼식이라 안 될 것 같아요. 아쉬워요~.”

라고 말하며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


즉 내가 가지 않았어야 하는 거절 했어야 하는 부탁인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내게는 거절과 승낙 사이의 유용한 선택의 기준이 생겼다. 

그래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내 거절의 속도는 빠르며 괜히 마음 쓰는 후회의 강도도 약해졌다. 

일상생활에서 꽤 유용한 선택의 기준으로 당신에게도 권하는 바이다.


그 애매한 부탁이 들어온 딱 그 시간대에 마침 다른 일정이 있어 겹쳤다고 가정하자.

그때 내 마음이 ‘휴~ 다행이다. 안 갈 수 있는 핑계가 마침 있네!’ 싶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 부탁을 그냥 거절해라.


만약 ‘좀 아쉽네. 하필 겹쳤네. 조정이 가능하려나’라는 마음이 든다면 

쿨하게 그 부탁을 받아들이자.



그냥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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