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선택해 드립니다, 할까 말까 LAB
서른 넘고 꼭 챙기는 음식이 하나 있다. 흔한 예상처럼 비타민이나 천연 식재료가 아니다. 당연히 올가닉 푸드나 세계 10대 슈퍼 푸드는 더더욱 아니다. 나도 나이 들면 호화롭고 럭셔리한 음식으로 내 몸을 챙길 줄 알았다.
하지만 항상 현실은 생각과 다르기 마련이다.
내가 서른 넘어 반드시 가방에 챙겨 넣고 다니는 음식은 바로 ‘사탕’이다.
서른 넘어 나는 당 떨어짐 증상을 여러 차례 겪어 보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극강의 피로감과 대상만 있어봐, 최고의 히스테리를 보여주마 싶은 예민함 (그렇다. 아마 당신 상사의 분노의 원인은 당신이 아닐지 모른다. 단지 그는 당이 떨어졌을 수 있다.) 집중력 저하, 정신적 가위눌림 등이다.
그 빈도는 갓 넘은 서른에서 서른 중반이 되고 그것이 후반을 향해 치달을 수록 재빨리 그리고 그 빈도가 매우 잦아졌다. 당의 부족함을 느낄 때
만약 빠른 당 공급에 실패하면 되돌릴 수 없는 육체피로의 복수가 시작되고
그것을 견뎌내기란 정말 서른 넘은 몸으로 못할 일이다.
어릴 때처럼 핑계 대고 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동료에게 옮겨지는 전염병 진단이 아니고서야 아프다고 쉴 수 있는 처지도 못 되는 나이다. 제 때 당 공급에 실패하고 생사를 오가는 피로의 극한을 몇 번 겪어봤기에 파우치 안에는 언제나 사탕 몇 알이 들어있다. 사실 아주 넉넉히 준비한다. 언제 어디서라도 당부족 현상의 징후가 조금이라도 포착되는 그 즉시
당을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일본 출장 첫날, 도쿄 시내의 돈기호테에 들렸다. 당연히 중요한 음식이자 육체피로 약인 사탕을 사기 위해서였다. 해외에 오면 걷는 양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아진다. 생활리듬이 많이 바뀔 뿐 아니라 이번 출장은 여러 명이서 왔기 때문에 반드시 땅 떨어짐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내 나이의 서러움을 들키지 않고 당당히 젊은 친구들과의 스케줄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무슨 사탕 고를까… 가득한 일어 앞에서 문맹인 채로 사탕을 고른다.
나는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즐겨먹던 우유 맛이 가득한 사탕을 하나 집어 들었다. 포장만 다르지 이게 일본 사탕이었나 보군. 사탕을 집고 계산대로 가려던 순간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엇, 여기는 일본인데 한국에서 맨날 먹던 사탕을 집었네.’
결국 그 익숙한 사탕을 도로 진열대에 놓고 한국에 잘 없는 일본에만 있을법한 일본 말차가 함유된 말차 사탕을 선택했다. 익숙한 사탕보다 새로운 사탕이 맛있을 확률은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여기는 일본이잖아. 도전!’
운 좋게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던 새로운 사탕의 선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사탕 한 번 안 먹어본 사람처럼 5 봉지를 사서 캐리어에 구겨 넣었다. 단순한 사탕 사기 에피소드 같지만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익숙한 것을 선택한다.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것이 안전한 선택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탕이 맛있을 확률은 알 수 없지만 내가 평소 잘 먹던 익숙한 사탕이 맛있을 확률은 100%이다. 나이가 어릴 때야 정보가 적다. 해 본 게 적다. 뭐 혹시 잘못해도 잃을 것도 얼마 없다.
그 선택을 다시 할
시간도
에너지도
의지도
동기도
열정도
체력도
넘쳐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당신이 20대 후반만 돼도
시간도
에너지도
의지도
동기도
열정도
체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잘 도전하지 않게 된다. 먹던 것을 먹고 가던 곳에 간다. 입던 스타일을 유지하고 만나던 사람만 만난다. 심지어 살던 동네도 잘 바꾸지 않는다.
당연히 낯선 새로움보다는 편안한 익숙함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아주 의도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계속 익숙함 속에 머물게 된다. 무엇보다 체력이 떨어진다. 어쩌면 내가 이토록 건강식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신체의 섭리를 거스르면서까지 매우 의도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집념 인지도 모르겠다.
비타민
오메가 3
비타민c
홍삼
비타민 에너지 음료
어쩌면 이것들은 건강보조식품이 아닌 내 나이를 거슬러 익숙한 것이 아닌 새로움 추구하고자 하는 내 최소한의 정성 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포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