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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라라 소소

잘하고 잘 살지는 못해도 그래도

- 라라 소소 78

by Chiara 라라

“I am good at ~”에 대해서 학생과 문장 만들기 놀이를 했다. 무엇을 잘하고 어떤 것에 부족한지에 대한 문장 만들기 놀이였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잘하는 게 없어서 말문이 막혔는데 그럼에도 잘하지 못하는 것과 잘하는 건 아니어도 그냥 일단 말이라도 해 보는 걸 선택했다. 그중에 요리가 있었다.


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해.


요리를 평소에 할 일이 없고, 하지도 않으니 잘하지 못할 수밖에. 가끔 엄마가 하는 요리를 지켜보며 궁금하기도 하다. 어떻게 만들면 이런 맛이 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그러고서는 어떻게 만들면 되는지 물어보는데, 물어보고 엄마의 설명을 듣고, 다시는 내가 해 보지 않으니, 다음에는 이론 암기하듯이 되돌아보다가 어느덧 잊어버리고 만다.


엄마가 나물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아마도 정월대보름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물을 좋아한다. 게다가 엄마가 해 주는 나물은 다양하고 맛있다. 그날따라 나물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있는지 물어봤는데 집에 와서도 곰곰이 그 방법을 되뇌어 보았다. 내가 직접 아니, 지금 해 볼 건 아니었지만 언젠가 혼자 남게 된다면 나물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해 주는 나물을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지.




엄마는 요리를 잘한다.

엄마는 기타를 잘 친다.

엄마는 모임을 잘 이끈다.

엄마는 수영을 잘한다.

엄마는 바느질 솜씨가 좋다.

엄마는 무엇이든 잘 맞춘다.


엄마는 요리도 잘하고, 기타도 잘 치고, 글씨도 어른 글씨이고, 어느 면에서든 똑 소리 나는데, 나는 그렇지가 못하다. 엄마가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엄마는 에너지가 넘치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사람인데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 에너지가 부족하다. 내가 나이를 드는 만큼 엄마도 이제는 더 이상 예전만큼의 에너지가 있지는 않다. 확실히 약해지신 게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주위 분들과 비교하자면 건강하신 편이다. 감사한 마음이 많은데 표현은 잘 못 하겠고, 미래의 어느 날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엄마도 젊었을 적에는 요리도 못하고 천방지축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이를 먹으며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면서 조금씩 늘어가는 게 많았다는 말이었을 거다. 나도 나이를 먹어 가지만 가정을 이루기는커녕 그런 기미가 보이지도 않고 잘하는 건 전에도 별로 없었지만, 있었던 거마저도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다.


나는 무엇을 잘하면 좋을까.

어떻게 지내면 잘 사는 걸까.


잘하고 잘 살지는 못해도 그래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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