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79
연애를 할 때는 그게 우리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드는데 막상 모든 게 다 끝나고 또 지나고 나면 그건 신파에 불과해 보인 적이 많다. 영화에서처럼 소설에서처럼 남들 얘기처럼 그런 운명적인 만남과 지속은 딱 영화에서, 소설에서, 그리고 남들의 얘기 속에서만 나온다. 내 얘기만은 아니더라.
K는 사귀는 사람을 애인이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애인, 사랑 애(愛)에 사람 인(人)을 한자로 쓰는 애인. 국어사전에 애인(愛人)은 첫 번째로 ‘서로 애정을 나누며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 또는 ‘몹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로는 ‘남을 사랑함’이라고 쓰여 있었다. 두 번째 뜻에 조금 놀랐다. 사랑 애(愛) 자가 사랑하는 대상을 칭하기도 해서 인가 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가 여럿 있다.
애인, 연인, 파트너, 동반자, 동거인, 식구, 남자 친구, 여자 친구 등등.
여기에서 애인과 연인을 제외하고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보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여지도 많다. 파트너와 동반자는 나와 함께 하는 상대를 가리키는 말이 될 수 있다. 동거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한집에 같이 사는 사람을 말하는 걸 수도 있다. 식구 또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을 뜻한다. 남자 친구는 남성인 친구, 여자 친구는 여성인 친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이 모든 단어를 사랑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떤 단어를 사용하든지 간에 그 안에 사랑과 애정과 신뢰와 존중이 담겨 있다면 다 같은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내가 특별히 선호하고 좋아하는 단어가 있는데 그건 바로 협력자이다.
성경에는 하와를 아담의 협력자이며 협조자로 표현하고 있다. (창세기 2장과 토빗기 8장 참고하면 된다) 영어 성경에서 그 구절을 찾아보면 partner, help, support로 나와 있다.
협력자는 서로에게 사랑하는 사람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고 함께 협력하고 도우며 나아가는 사람의 의미로 느껴진다. 혼자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되고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관계라면 가족과 지인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이에서 더 필요한 게 아닐까.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 얘기가 나온 건, 내가 닮고 싶은 이상적인 한 쌍이 있는데 그들이 요즘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랑은 운명적이고 비범했다. 그 사랑이 2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그들은 특히 대화를 많이 나눈다. 그 안에서 늘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나아가려 노력한다. 진정한 협력자이자 협조자로서의 사랑하는 관계이다. 으아, 부러워. 내 짝,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어딘가에 있지만 하느님처럼 보이지 않는 건가요.
오늘의 마무리는, ‘건강하게 살자.’
그래야 진정으로 협력도 하고 사랑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