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86
나는 웃을 때 활짝 웃는 미소를 지니고 있다, 고 생각한다.
그렇게 활짝 웃는 걸 좋아한다. 이빨이 예쁘지 않고 모가 났는데도 나는 내 웃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많이 웃어줄 수 있다. 자그마한 일에도 나는 잘 웃는 편이다. 이해를 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해도 상대방에게 대부분의 상황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참을성 있게 웃어주는 편이다.
나는 참을성도 많다.
어느 정도냐면, 이건 좀 둔한 걸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통증을 잘 참는다. 누구나 다 이 정도의 아픔은 지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두통이 심할 때에도, 배에 통증이 느껴질 때에도, 온몸이 콕콕 쑤실 때에도 보통 나는 참는다. 참을 수 있다. 약을 먹어서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기에 대부분 참는다. 되도록 인상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참는다. 더위나 추위도 참으려고 한다. 요즘에는 참을성이 조금 부족해진 것 같다. 자꾸 화가 나고 작은 일에도 욱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참을성이 강하고 많이 참으니까 더 노력해야겠다. 화를 내면 나만 손해고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지 않는 걸 알기에.
가끔은 내가 미련하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땐 자책하지 말고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넘어가자.
나는 상대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인다.
재미있는 말도 있고 재미없는 말도 있고 슬픈 말도 있고 짜증 나는 말도 있지만 곰곰이 듣는다. 모르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해를 위해 또 알기 위해 신경 써서 질문한다. 상대보다 내가 말을 더 많이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조언이나 충고는 지양하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내가 더 말을 많이 하고 온 날은 기분이 좋지 않다. 너무 말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에게 미안해진다.
타인에게는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그 관대함이 잘 안 된다. 짜증도 쉽게 내고, 들었던 말을 또 들으려 하지는 않는다. 가족에게 더 잘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상대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는 나도, 참을성이 많은 나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책 읽는 게 좋다. 책을 읽고 좋았던 걸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다.
성당에서 팀 회합 때 영적 독서를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좋았던 책들을 왜 좋았는지 설명하며 눈을 반짝이며 추천해 주는 게 좋다. 보통 때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책을 샀다거나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면 뿌듯하고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내가 잘하고 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나는 뭐든지 느리다.
느린 것이 나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나는 장점으로 여기려고 노력 중이다. 밥을 먹을 때 천천히 먹는다. 천천히 끝까지 맛있게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먹는다. 요즘은 조금 빨라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남들보다는 느리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음식을 먹으면 맛을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더 맛있는 맛이 난다. 음식마다 가지고 있는 그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음식도 건강한 음식을 좋아한다.
물론 감자칩 같은 과자류도 많이, 아주 많이 좋다. 버섯이 좋고, 야채나 채소나 과일이 좋다. 생으로 먹는 음식도 마다하지 않는다. 골고루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포도 말린 거, 건포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과일로 먹는 포도에 비해서 훨씬 단맛이 강하고 씹는 느낌이 무언가 별로다. 그럼에도 크랜베리 같은 건과일은 먹는 걸 보면, 건포도가 나를 자극하는 게 있나 보다. 그것 빼고는 흔쾌히 모든 걸 맛있게 먹는 편이다. 아, 두리안도 잘 못 먹겠다. 비위가 약하다. 비위가 약한 거치고는 못 먹는 것이 없는 게 참 신기하다. 청국장도 많이 안 먹어본 것 같은데 먹으면 냄새는 별로여도 맛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천천히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포만감도 오래간다. 기분이 좋다. 배가 부르면 더 먹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간식을 좋아하고 즐기기는 하지만 그렇게 자주 많이 먹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매일 먹기는 하지만 뭔가 말이 안 되고 모순인 것 같은데 과자랑 아몬드도 같이 먹는다. 몸에 좋은 음식과 안 좋은 음식을 적당히 먹고 있다. 그런 것이 장점이지 않을까.
손가락이 길다. 악기에 적합한 손가락이라고 한다.
그래서 손가락이 예쁜 편이다. 가늘고 길다. 뭔가 약해 보이고 여성스러워 보인다. 반지가 잘 어울린다. 기타를 칠 때에도 손가락이 길어서 코드 잡기에 크게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피아노를 친다면 그 나름대로 또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악기를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힘들지 않을 만큼만 재미있게 기타를 친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다.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내 실력에 실망하거나 슬퍼하지는 않는다. 가끔은 슬프기고,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욕심이 있다.
대부분 만족하며 살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엄청 부정적이거나 엄청 우울할 때도 많지만 밝게 맑게 살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