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라라 소소

당신은 모르게 혼자만.

- 라라 소소 93

by Chiara 라라

속으로 걱정하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당신은 모르게 혼자만.


가끔 꿈속에서 당신을 본다.


당신은 웃고 있을 때도 있고,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 때도 있다. 내가 당신에게 다가가기도 하고 당신은 그런 나와 눈을 마주치기도 한다. 나는 당신이 반갑고 기쁘지만 이내 불안해지고 당신은 나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당신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 게으름, 약간의 미룸, 지체, 갑작스러운 일정, 할 일이 많거나 이동이 잦거나 멀리 가야 하거나, 아무 일도 없거나. 늘어놓지 않는 핑곗거리가 수만 가지다. 그중에서도 나의 불안이 당신의 불행으로 작용할까 봐. 그거, 그거 하나면 충분히 차고 넘친다.


구름이 아름다워서, 꽃이 화려해서, 나무가 초록을 뽐내며 우뚝 서 있어서, 놀이터의 그네가 지나가는 바람에 살랑 흔들려서, 비가 시원하게 내려서, 햇살이 쨍쨍하게 비춰서, 달이 엄지손톱의 하얀 부분같이 귀여워서,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하늘이 밝아서, 비행기가 지나가며 자신의 흔적을 남겨서, 커피 향이 좋아서, 바게트가 맛있어서, 크림 라테가 달콤해서, 카푸치노의 시나몬이 깊숙이 자리해서, 에이드의 파랑을 보니 바다가 떠올라서, 철썩거리는 파도에 서핑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문이 안 열릴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눈높이까지 오는 담장에 눈오리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어서, 누군가가 쌓인 눈 위에 몸으로 만들어 놓은 작은 천사 자국을 보며,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봉지 김치를 먹으며, 오랜만에 간 마트에서 새로운 과자를 발견해서, 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붕어빵을 입부터 먹을까 허리부터 먹을까 꼬리부터 먹을까 고민하다 호떡 장수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고 툴툴대며,


다시.


구름이 너무 많아서, 꽃에서 상큼한 향이 나서, 나무 위에 눈이 가득 쌓여서, 놀이터의 그네에 아이가 앉아 있어서,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려서, 햇살이 한 줄기 빛으로 내려와서, 붉고 커다란 달이 깜깜한 밤하늘에 떠올라서, 별이 쏟아져 내릴 듯이 많이 있어서, 비행기는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서, 커피 맛이 진해서, 바게트가 바삭하고 쫀득해서, 크림 라테의 크림이 입술에 묻어서, 카푸치노의 시나몬에 재채기가 나오려 해서, 에이드의 파랑은 빨강과 맛이 똑같아서 놀라며, 철썩거리는 파도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모두가 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높이까지 오는 담장에 있는 눈오리들에게 눈피카추 친구들을 만들어주면서, 누군가가 쌓인 눈 위에 남긴 커다란 발자국을 보며, 편의점에서 2+1 감자칩을 고르며, 오랜만에 간 마트에서 늘 먹던 팝콘을 집으면서, 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하며, 붕어빵이나 호떡보다는 국화빵만 보인다고 툴툴대며,


당신들이 생각나.


사진을 찍을걸 그랬다. 기록을 남길걸 그랬다.

불안한 마음은 감추고 기쁨만을 전달하며 꿈을 꿨다고 말을 건넬걸 그랬다.


그러지 못해서 슬프고 애석하고 그립고 아프고 후회하는 마음 가득해.


차갑든 따뜻하든 미지근하든 뜨겁든,

아름답든 추하든 맹숭맹숭하든,

자극적이든 심심하든,


언제고 마음 편하게 툭하고 연락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라.

더 이상 의심하지 말고 조금만 지치고 일어나며 용기 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라.


비겁하지 말기.

겁쟁이는 이제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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