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94
이따가 어디 가는 거야, 왜 이렇게 짐이 많아?
에코백에 든 건 노트북이고, 백팩에는 이런저런 짐들이 들어있다. 나는 늘 이렇게 들고 다녔는데 우리가 만난 지 한참 되기는 했나 보다. 코로나 전에는 노트북을 자주 들고 다니지 않았으니 – 지금 쓰는 노트북은 큰 편이다. 이전 노트북의 크기는 지금 노트북보다 조금 작았지만 두껍고 엄청나게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 노트북은 집에서 쓰고 외출 때 휴대가 편리한 작고 가벼운 노트북을 중고로 들였는데 그건 뭔가 손에 익지 않아서, 또 몇 년 쓰지도 못하고 고장이 나 버려서 모든 걸 정리하고 지금의 노트북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노트북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편하게 갖고 다니기에 가볍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큰 화면에 이 정도 무게면 감사할 따름이다. - 보기에 더 짐이 많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책과 다이어리와 필통과 태블릿 피시와 블루투스 키보드와 텀블러와 손수건과 립밤과 프로폴리스 사탕과 카드 지갑과 블루투스 이어폰이 외출 시 나의 필수 아이템이다. 여기에 여름에는 대중교통에서나 실내에서 에어컨으로 추우니까 가벼운 카디건이나 얇은 잠바가, 겨울에는 장갑이 추가된다. 나는 손발이 찬 편인데 손은 맨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게 제일 따뜻하다고 느껴져서 야외에서 장갑은 되도록 끼지 않는다. 눈을 만지게 되거나 차가운 걸 들거나 하는 급박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장갑을 가방에 넣어서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거다.
사실 다이어리도 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가볍게 일정을 정리하고 이런저런 걸 끄적일 수 있는 수첩형 다이어리가 있고, A4 크기의 다이어리가 있다. 가톨릭 출판사에 다니는 지인을 통해서 비매품을 선물 받은 건데 DESKTOP DIARY라고 겉에 쓰여 있다. A4 크기 다이어리는 크지만 얇아서 세세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두세 권을 가지고 다닌다. 물론 매일 갖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이 다이어리는 사용한 지 이제 삼 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용도에 맞추어서 일정을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어서 좋다. 가톨릭 출판사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하는 걸 보았으니, 지인이 회사를 그만 다니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될 듯하다. 그런데 기록이 한 번 밀리면 칸이 커다란 만큼 그 공백이 더 뻥 뚫려 있어서 꽤 허전해 보인다. 뭐라도 채워야 할 것만 같은 마음.
전철에서 목이 따끔거려 부스럭부스럭 프로폴리스 사탕을 꺼내서 입에 넣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할머니 같다고 했다. 너도 먹을래, 이거 효과 좋아. 친구는 너나 먹으라며 정색했다. 그러고 보면 전철에서 어르신 분들이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부스럭부스럭 사탕 같은 걸 꺼내서 입에 물곤 하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분들도 분명히 목이 아파서 그랬으리라. 아버지께서 객담이 심해 병원에 모시고 갔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약해져서 호흡기 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데 객담도 그 하나라고 했다. 나는 객담보다는 목의 통증 때문에 홀스나 목캔디 류의 사탕을 먹는다. 목이 약한데 목을 자꾸 써야만 하고, 나는 커피를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이비인후과 단골이 되어버렸다. 병원에서는 목을 쓰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고, 카페인은 되도록 섭취하지 말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잠을 많이 자라고 한다. 이 중에 지킬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 아, 물을 많이 마시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게 또 나에게는 어려워서 약 먹는 것처럼 물을 마시려고 노력은 하지만 자꾸 물 마시는 걸 잊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평소에 목을 관리할 수 있는 건 역시 프로폴리스 사탕이 최고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전철에서 사탕을 드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처방받은 약을 잘 챙겨 드시지도 않고 자꾸 기침을 하고 객담을 배출하신다. 아, 제발요 아버지...
날이 많이 더워지기 전까진 사탕과 함께 초콜릿도 가지고 다녔다. 식사 간격이 불규칙하고 공복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습관이 되어 가끔 저혈당이 와서 손발과 온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생겨서 가지고 다닌다. 근데 그것과는 별개로 초콜릿을 좋아하니까 저혈당이 오지 않아도 자꾸 먹어서 매일 채워 넣어야 했다. 날이 더워지면 초콜릿은 다 녹는다. 가지고 다닐 수가 없다. 물론 사탕도 봉지에 다 달라붙는다. 그래도 초콜릿보다는 먹을 만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따가 어디 가는 거야, 왜 이렇게 짐이 많아?
짐은 평소랑 똑같았지만 어디 가는 거냐는 말에 '어디'에 가고 싶어졌다.
'어디'에 가려면 갈아입을 여벌옷과 속옷이 필요하고, 잠옷이 있어야 하고, 약간의 화장품과 세면도구도 필요하다. 아, 난 가방에 치약과 칫솔도 가지고 다닌다. 양치질하는 거 좋아. 그 '어디'에 어울리는 책도 있으면 좋겠는데 없더라도 아직 읽지 않은 이북이 많아서 괜찮을 거다.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어디'에 가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그러면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가방과 짐이면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