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라라 소소

어떤 사건

- 라라 소소 109

by Chiara 라라

어떤 사건을 마주할 때,


지나면서 지금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지나 보낸 후 전에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


아픈 걸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눈을 굴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한다.

아니면 나의 흔들림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면 그나마 다행인 걸까.


발화는 입을 열어야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입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이다.

마음을 열어야 입이 열리고 마침내 발화가 이루어진다.


떨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왜 떨림을 두려워하는 거니.


소리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

혹은 아름다운 소리에 대한 혐오


완벽에 대한 동경

무지와 결여를 향한 슬픔


입술을 오므리고 동그랗게 벌리고 숨을 내쉰다.


음이 없어 단조롭고 결국에는 지루해진다.

사건을 말할 의지가 꺾여버렸다.

에너지를 쌓아야 할 시간


기운을 내고 싶지 않고 내야 할 필요도 없지만 내라고 강요당한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그런데 나는 혼자야. 왜 살아갈 수 없는가. 살 수 있다고?


그날 마음은 사라졌고

지금 발화는 없고

여전히 사건만이 남아 있다.


지나 보낸 후 전에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

지나야지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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