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엄청 큰 소망

- 라라 소소 123

by Chiara 라라

안녕하세요.


한 아파트 단지의 도보를 지나가는데 어떤 분이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아니 눈이 마주치기 전에 거의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에 먼저 인사를 건네오셨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셨다. 작업복인 듯한 조끼를 입고 끌개를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배달 업무를 하시는 기사님 같았다.


햇살이 비치는 낮이기는 했지만 바람이 불고 있었기에 싸늘함을 느끼며 나는 약간 고개를 숙인 채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분의 ‘안녕하세요’라는 말에 고개를 들고 눈을 마주치며 처음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인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 뒤로 우리 동네에 택배를 배달하러 온 적이 있는 분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바닥을 바라보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나의 시선을 들어 올려 주신 분이다. 반사적으로 나도 인사를 했고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건 없었다. 나는 나의 길을 멈춤 없이 갔고, 그분도 자신의 길로 향했다. 서로 겹치지 않는 방향이었다.


마주치는 이에게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넨 적이 언제 있었나 생각해 본다.


보통 타인, 내가 알지 못하는 공동체 안에서 타인을 대할 때나 동네 주민을 만나거나 아니면 길거리에서라든지 어디에서든 일단 나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사람이 있으면 눈을 살며시 아래로 내린다.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를, 상태나 상황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지만 모르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는 건 부담스럽다. 특히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는 그런 상대에게 눈을 마주치는 건 나만큼 상대도 부담스러워할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점점 더 눈을 피하게 된 것 같고, 점점 더 사람을 마주 보지 않게 된 것 같다. 시력이 나빠지면서 상대를 잘 못 알아보고 넘어가는 경우도 늘었는데, 그게 사람을 보지 않는 쪽으로 나의 마음을 굳게 만들기도 했을 거다. 생각해 보니, ‘안녕’이라는 인사말을 할 기회는 내가 스스로 만들지 않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미소를 지을 기회를 차단하고 있었다.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는 아는 사람이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얼굴만 아는 정도라고 해도 웃는 얼굴을 하고 어느 정도는 인사를 한다. 상대가 나를 모르고 약간은 눈을 돌리더라도 내가 먼저 눈을 돌리거나 외면하지는 않는다. 공동체에 대한, 공동체에 속한 사람에게 사랑이나 편안함이 담겨있어서일까. 사회에서는 내가 누구에게라도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넬 만큼의 조그만 따뜻한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 삭막한 사람이 되었나.


안녕하세요,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던 그분은 아마도 나뿐 아니라 모든 마주치는 이에게 그렇게 인사하며 미소로 따뜻함을 전달하는 분일 거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따뜻함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그분을 통해 떠올려 본다.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는 선생님이 내 옆에 있고,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그 옆에 있다. 그리고 또 그 옆에는 딱딱 하지만 이들을 눈에 담고 배우려는 내가 있다. 나도 온기를 전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는 따뜻함이 누군가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는 작지만 엄청 큰 소망을 마음에 깊이 담아본다.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