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내 맘이 끓어오를 땐, 하늘을 보세요.

by 유리알구슬


내 삶의 근간은 '하나님'이다.

이는 변치 않는 내 존재 이유이다.


어린 날, 그 암흑 같던 시기를 지나

오늘 여기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도,

나의 힘이 아닌, 그분의 이끄심이었음을

늘 고백한다.


그 시절

나의 눈물주머니는 마를 날이 없었다.

누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차오르는 눈물 둑을 어쩌지 못해

후드득 쏟아내고 말았던

그 시간들.


사실 지금도 진행 중이긴 하나,

이젠 그 상황들과 거리가 생겨서인지

조금은 유연해졌다.


그래서일까.

내 삶이 조금 편해지니

나의 간절함이 옅어진다.


어두운 방 안에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틀 밤낮을 울부짖던 그 아이의 시간도,


집에서 버려지던 쓰레기봉투를

'너는 여기서 떠날 수 있구나'하며

부러워했던 그 모진 시간도,


조마조마하며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던

깡마른 그 아이의 뒷모습도,


내게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잊어야 살아갈 수 있기에

일부러 기억 저 너머로 던져버리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하나님을 향한 나의 마음마저

던져버리고 산 건 아닌가 싶어

문득문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오늘 또 이렇게 글을 쓰며

사십 남짓한 나의 삶을 돌이켜보니,

하나님은 참 영리하신 분이라는 생각이다.




결혼 후,

내가 바라마지않던 사랑과 평안을 누리게 하시고

그로 인해 차고 넘치던 나의 눈물주머니를

마르게 하셨지만,


중간중간 내 삶의 적재적소에서

하나님을 붙잡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들을

기가 막히게 세팅하셨다.


내가 아둔하여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 때,

말 못 하는 아이를 통해 나를 깨우치게 하셨고,


스스로가 맘에 들지 않아

그 분노를 아이에게 쏟을 때,

정신 차리라며 내 안에 가시를 심어주셨다.


내 안이 나로 가득 차서 천지사방 분간 못하자,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 사람의 일로

내 발을 땅으로 끌어내리시기도 하신다.


결국, 나로 하여금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도록

나의 인생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만지고 계신 것이다.


이어령 교수는

딸의 고난과 역경의 숱한 고비를 통해

예수님의 옷자락이

땅을 스치는 소리를 들었다 고백한다.


서울에 돌아와 나는
옛날의 나로 돌아와 있었고,
.............................
알고 보니 회개 없이 돌아온 탕자였던 겁니다.
무신론자의 기도도 더 이상 내 기억 속에 없었습니다.
외국인 숙소와 광야 같던 빈 주택단지도
그리고 세븐일레븐에서 산 식빵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던 골목길의 어둠도 사라졌지요.
그럴 즈음 다시 땅에 스치는 예수님의 옷자락 소리를 듣게 된 것은
역시 내 딸 민아의 전화를 받고서였습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p.117-118 / 이어령 / 열림원



나는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체가

은혜라 생각한다.


그때라도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이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신은 우리가 편안함을 찾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
신은 우리가 성장하기를 바라신다.

고통의 문제 / C.S. 루이스/ 홍성사




그 시간들을 통해

나의 마음 그릇이 넓어지고

나의 생각이 깊어지며

나의 영성이 하나님께 가닿을 수 있다면,

그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바라기는,

이제 좀 자라고 싶다.


연약한 인간이기에,

그저 편안한 곳에 움막을 짓고

아무 일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게

지경을 넓혀 성숙하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이 든다.


월든 호수의 그 여일함처럼,

물결이 일어도 곧 잠잠해지는

그 깊은 마음을 가지길 원하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양은 냄비같이 끓었다 식었다를 반복하고,

진득하니 버티는 힘이 없이 팔딱팔딱 뛰기 일쑤지만,

그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기억하자.


내게로부터 눈을 들어

하늘을 보기 시작하면,

보글보글 대던 내 삶의 문제들이

수증기가 되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