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3화. 결혼한 친구를 보며 생각한 것들
또 한 장이 왔다.
’분홍색 청첩장‘, 요즘은 모바일로 오니까, 카톡 알림 하나에 누군가의 평생이 담겨 있다.
가볍게 열어본다. 사진 속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다.
’축하해‘ 진심으로. 그런데 왜, 축하한다는 말 뒤에 이상한 게 따라붙는 걸까.
20대 후반부터 가을은 청첩장의 계절이 되었다.
10월에만 세 장이 왔다. 축의금 봉투를 쓰면서 만년필이 미끄러졌고, 이름을 쓰는 손이 잠깐 멈췄다.
봉투 위에 또박또박 내 이름을 쓰는 그 몇 초 동안 이상한 생각이 스친다.
’이걸 쓰는 나는 대체 언제쯤..‘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친구의 날이니까.
식장에 가면 나는 늘 조금 일찍 도착한다. 그리고 하객석에 앉아서 사람들을 본다.
양가 부모님의 표정, 들러리 서는 친구들의 어색한 웃음, 화환 사이로 보이는 신부 대기실의 불빛.
다 좋다. 진짜 좋다.
그런데 주례 없는 결혼식에서 신랑이 편지를 읽을 때, 목소리가 떨릴 때, 신부가 울먹일 때. 나도 모르게 시선을 내 무릎 위로 떨군다.
감동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이름을 붙이기 싫은 감정.
축하해야 하는 자리에서 나를 생각하는 게 부끄럽다.
그래서 더 크게 박수를 친다. 더 환하게 웃는다. 뷔페에서 밥을 먹으면서 같이 온 친구에게 말한다.
"야, 걔 진짜 잘됐다. 좋겠다."
"응. 진짜 좋겠다."
"좋겠다", 라는 말에 내 마음이 다 들어 있다.
집에 돌아오면 조용하다.
원룸 현관에 구두를 벗고, 양복을 벗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하나 꺼냈다.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니, 단톡방에는 오늘 찍은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부케 받은 친구의 셀카, 하객석 단체사진, 폭죽 터지는 순간.
좋아요 하나를 누르고 화면을 끈다.
맥주는 미지근하다. 원래 냉장고에서 막 꺼내면 차가운데, 한참을 들고 있었나 보다.
"나는 언제쯤."
입 밖으로 나온 건 아니다. 그냥 머릿속에서 맴도는 문장.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가을만 되면 올라오는 질문.
부모님이 묻는 것보다, 친척이 묻는 것보다, 내가 나에게 묻는 게 제일 아프다.
사실 조급한 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조급한 건 맞는데 그걸 인정하기 싫은 건지도 모른다.
괜찮은 척, 혼자도 좋은 척. "결혼이 다는 아니지"라고 말하면서도, 주말 오후에 카페에 앉아 있으면 유독 커플이 많이 보인다.
그런 날은 이어폰을 꽂고 아무 노래나 틀고 오래 걷는다. 걷다 보면 괜찮아진다. 아마도.
그런데 또 카톡이 온다. 이번엔 12월이다.
"형, 저 결혼해요."
축하해. 봉투를 또 사고, 이름을 또 쓴다.
나는 오늘도 축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또 맥주를 하나 딴다.
괜찮다. 아직 스물아홉이니까.
아직, 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는 나이니까.
그게 서른이 되면 어떤 말로 바뀔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