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6화. 설렘에도 속도가 있다면
이름을 알게 된 건 두 번째 만났을 때였다.
"계속 '저기요'라고 부르기 좀 그러니까..."
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지현이요. 김지현."
"유민우 입니다."
악수를 했다. 손이 따뜻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름이 생긴 사람이 됐다.
처음엔 주말마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이어갔다. 같은 카페, 같은 시간. 둘 다 알고 있었다.
이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말하지 않았다. 조금 더 천천히 가고 싶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약속을 했다.
"이번 주 토요일, 영화 볼래요?"
내가 먼저 물었다. 떨렸다. 스물에도 이렇게 떨지는 않았다. 서른이 넘어서 하는 고백은 무게가 달랐다.
"좋아요."
그 사람이 웃었다.
영화는 기억이 안 난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배우가 누구였는지. 그냥 옆에 누가 앉아 있다는 것만 의식했다. 팝콘을 먹을 때 손이 스쳤고, 웃는 소리가 들렸고, 가끔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봤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겨울이었지만 춥지 않았다.
"배고프지 않아요?"
"조금요."
"뭐 먹을래요?"
"민우 씨가 좋아하는 거요."
그렇게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동네를 걸었다.
걷다가 벤치에 앉았다. 말이 없어도 괜찮았다.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저, 솔직히 말할게요."
그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카페에서 계속 만난 거, 우연 아니었어요."
"나도 알아요."
"진작 말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나도 같아요."
웃었다. 둘 다.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이게 설렘이구나.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 스무 살 때와는 다른, 좀 더 조심스럽고 좀 더 확실한 설렘.
서른이 넘어서 만난 사람은 달랐다. 빨리 가려고 하지 않았다. 확인하려고 했다.
이 사람이 맞는지, 이 감정이 진짜인지.
그리고 천천히 확신이 들었다.
이 사람이다.
두 달째,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공식적으로 고백한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손을 잡고 있었고, 주말이 아니어도 만났고, 전화 통화가 길어졌다.
"오늘 뭐 했어요?"
"회사 갔다가 집에 왔어요. 민우 씨는요?"
"똑같아요."
"뭐 먹었어요?"
"편의점 도시락이요."
"내일은 같이 먹어요."
"좋아요."
평범한 대화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오늘을 말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것.
그게 이렇게 따뜻한 일인지 몰랐다.
설렘에도 속도가 있다면, 우리는 느린 쪽이었다.
급하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스무 살 때는 빨리 가고 싶었지만, 서른에는 오래 가고 싶었다.
지현이와 함께 걷는 겨울은 따뜻했다.
오랜 외로움 끝에 만난 사람이라서, 더 소중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서른하나의 겨울에서 서른둘의 봄으로 넘어갈 때,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과 오래오래 함께 하는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