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였다. 한 학년 선배가 수업시간에 졸았다. 이를 혼내는 선생님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학생은 강제전학을 갔다. 선생님은 며칠간의 휴가를 받았다. 그러나 휴가를 가지 않았다. 계속해서 교편을 잡았고, 조는 학생을 똑같이 혼냈다. 중학생인 나는 통쾌하기도 했다. 복도에서 뛰었단 이유로 그 선생님에게 따귀 두 대를 맞았다. 혼나거나 맞은 학생은 나뿐만 아니었다. 그런 선생님이 그것도 학생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니 나쁜 악당이 쓰러지는 기분이었다. 계속 출근하는 선생님 모습도 그저 웃음거리였고, 강제전학 간 선배가 오히려 멋있어 보였다.
시간이 흘러 서른이 넘은 내가 그와 비슷한 일의 기사를 읽었다. 문득 그때 선생님 생각이 났다.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궁금했다. 이름도 기억 안 나고 찾을 방법도 없다. 혹시 만나게 된다면, `선생님께선 참 멋진 분`이셨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치욕적인 일을 당하고도 일을 그만두지 않으셨다. 불편한 주변 시선에 괘념치 않고 전과 똑같이 학생을 다그치고 가르치셨다. 멋진 선생님의 따끔한 지도를 받은 덕분에 큰 사건, 사고 없이 잘 살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멋의 기준이 바뀌는 것`이다. 나쁜 일을 겪고도 멋있게 이겨내며, 진정한 멋을 보는 혜안을 가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때 선생님께선 진정한 멋을 알고 계신 `멋진 어른`이셨다. 나도 조금씩 멋의 기준이 바뀌어 간다. 멋진 어른은 못 되더라도 아랫사람이 보기에 못난 어른은 안 되도록 항상 되돌아보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