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자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저 시계일 뿐인 나의 아이폰이 어쩐 일일까. 이메일이 왔다고 확인해보란다. 송신자는 얼마 전 서류를 넣었던 한 영화사였다. 서류전형 마감이 이주 지나도록 소식이 없기에 광탈을 예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재빨리 열어봤다. 누르는 순간 확실해졌다. 광탈이었다. 가슴이 아렸다. 그동안 짝사랑하는 여자와 카톡을 주고받는 기분이었다. 비록 내가 보낸 문자에 답장은 없지만, 대놓고 “싫다”라고 하지 않았으니 희망은 남아있을 거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기다린다. 얼마 후 그녀에게서 “앞으로 좋은 친구로 지내자”는 카톡이 왔다. 그녀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남녀관계라면 몇 번 더 만나보고 결정하라고 울면서 매달려 볼 텐데, 이놈의 취업시장에선 이런 게 허락되지 않는다. 얄짤없는 인사담당자님들…. 혹시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지낼 때가 더욱 행복했다. ‘어디서 날 데려갈까’ 하는 조급함이 생긴다. ‘제발 좀 날 데려가라’ 하는 초조함도 생긴다. 연애나 취업이나 비슷한 것 같다. 날 이렇게 애태우게 만드는 걸 보니. 암튼 둘 다 생기기만 해 봐라.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