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가는 법

by 정소장


여름 방학 때였다. 예비군 훈련에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탔다. 그러나 하필 길을 잘 못 들었다. 기사님은 외마디 욕설을 내뱉으시곤 그 자리에서 불법 유턴을 했다. 그때 마주 오던 코란도 차량과 충돌. 내 생에 첫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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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훈련을 학기 중에 가야 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잔뜩 화가 난 상태로 터덜터덜 집에 갔다. 다음날 택시 노조에서 연락이 왔다. 합의금으로 4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점잖은 척했지만 속으론 웬 떡인가 쾌재를 불렀다. 입금완료. 거금 40만 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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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복날이라 삼계탕을 먹었다. 부드러운 닭다리를 뜯고 있었는데, 뽁 하는 소리가 입안에서 났다. 어금니에 씌워진 금이 빠져버렸다. 금을 휴지에 모셔 다음날 치과로 달려갔다. 그러나 10년이 지나 붙일 수가 없고 새로 본을 떠야 한다고 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다 합쳐서 40만 원. 그렇게 예비군 못 간 대가로 받은 40만 원은 부드러운 닭다리로 인해 어이없게 날아갔다. 쉽게 들어오면 내 것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며칠 전 장학금으로 55만 7천 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웬 떡인가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또 너무 쉽게 돈이 들어왔다. 두렵다. 오늘부터 죽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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