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바로바로 튀어나올까. 군대 이야기하는 걸 극도로 꺼려한다. 여자들이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깐 이야기해야겠다. 말년에 위병조장 근무를 할 때다. 주요 업무는 방문자의 신분과 목적, 들어온 시간 그리고 차량번호와 차종 기록이다. ‘하면 된다’ 수준의 업무지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사실 난 차에 젬병이다. 그 ‘차’가 다 그 ‘차’ 같다. 방문 목적을 묻고 신분증을 확인 한 뒤, 차량 종류를 물으면 ‘간첩이 아닌가’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이건 그나마 다행이다. 지휘통제실에서 전화로 방금 나간 차량을 물어볼 때면 난리가 난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밖에 있는 위병소 근무자에게 물어본다. 근무하고 있는 일, 이등병들은 관등성명을 대듯 차종이 바로 튀어나온다. 그런 상황일 때면 병장인 내 ‘가오’가 몹시 상했다. 안으로 튀어 들어가 수화기에 대고 차종을 말한다. 그새를 못 참는 간부는 “남자 새끼가 그것도 모르냐”며 소리 질러댄다.
최근 한 모임에서 회식을 했다. 마무리할 일이 있어 뒤늦게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무슨 차(티볼리였다)’를 타라고 했는데 도대체가 그 차가 무슨 차인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구석에서 SUV가 경적을 울렸다. 그쪽으로 달려갔는데, 내가 다가가자 날 태우지 않고 출발한다. 멀뚱멀뚱 서있다 뒤를 돌아보니, 방금 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남자가 차도 잘 모르냐”하며…. 남자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오늘부터라도 집 주변 주차장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공부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