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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서

색다른 회식 없을까?

by 정소장

연령대가 2030인 회사에 다닐 때였다. 매번 1차 고기, 2차 맥주 먹는 회식이 지겨웠다. 회식을 위한 회식이 아닌 재미난 회식이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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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은 영화, 도서 구매, 발 마사지, 카페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그중 한 명이 핫한 회식을 제안했다. 바로 ‘클럽’ 회식이었다. 그는 불금마다 이름난 클럽에서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클러버’였다. 클럽을 가본 적 없는 팀원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클러버 팀원은 클럽에서 회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회식을 클럽에서 하는 회사도 있었다. 미지의 장소에서 회식하는 상상을 한 우리 팀원은 ‘일상 속 일탈’을 꿈꾸기 시작했다. 법인카드로 불금을 즐길 생각에 들뜬 클러버 팀원은 당장 총무과 동기에게 메신저 쪽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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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엔 안타까운 소식이 담겨있었다. 클럽 회식은 불가였다. 사유는 ‘품위 유지 위반’ 우려와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 했다. 술과 음악이 있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수긍했다. 술 취해 비틀거리지 않고, EDM 비트를 느끼고 싶었던 발칙한 계획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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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회식' 우리의 낮은 밤보다 즐거웠다..

클럽은 못 갔지만, 그 날 이후 회식이 다양해졌다. 발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풀었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었다. 저녁 대신 점심 회식을 하여, 퇴근 후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이번 달 회식비를 묵혀서 다음 달에 합쳐서 사용하는 ‘묻고 더블로 가’는 회식으로 한우를 푸짐하게 즐겼다.

KakaoTalk_20200210_001108240.jpg 숙취 해소제? 이젠 안녕~

회식만 바뀌었는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살아남으려고 숙취 해소제를 입에 털어 넣지 않아도 됐다. 부담이 사라졌다.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는 자리가 됐다. 가끔은 회식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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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회식

술 마시고 ‘으쌰 으쌰’ 하는 회식은 이제 끝나야 한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패러다임도 폐기해야 하는 악습이다. 점심 회식, 발 마사지, 만화 카페, 영화 관람처럼 색다른 회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회식이 바뀌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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