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소장 Feb 11. 2020

색다른 회식 없을까?

연령대가 2030인 회사에 다닐 때였다. 매번 1차 고기, 2차 맥주 먹는 회식이 지겨웠다. 회식을 위한 회식이 아닌 재미난 회식이 하고 싶었다.

팀원들은 영화, 도서 구매, 발 마사지, 카페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그중 한 명이 핫한 회식을 제안했다. 바로 ‘클럽’ 회식이었다. 그는 불금마다 이름난 클럽에서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클러버’였다. 클럽을 가본 적 없는 팀원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클러버 팀원은 클럽에서 회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회식을 클럽에서 하는 회사도 있었다. 미지의 장소에서 회식하는 상상을 한 우리 팀원은 ‘일상 속 일탈’을 꿈꾸기 시작했다. 법인카드로 불금을 즐길 생각에 들뜬 클러버 팀원은 당장 총무과 동기에게 메신저 쪽지를 보냈다.

답장엔 안타까운 소식이 담겨있었다. 클럽 회식은 불가였다. 사유는 ‘품위 유지 위반’ 우려와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 했다. 술과 음악이 있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수긍했다. 술 취해 비틀거리지 않고, EDM 비트를 느끼고 싶었던 발칙한 계획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점심 회식' 우리의 낮은 밤보다 즐거웠다..

클럽은 못 갔지만, 그 날 이후 회식이 다양해졌다. 발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풀었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떨었다. 저녁 대신 점심 회식을 하여, 퇴근 후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이번 달 회식비를 묵혀서 다음 달에 합쳐서 사용하는 ‘묻고 더블로 가’는 회식으로 한우를 푸짐하게 즐겼다.

숙취 해소제? 이젠 안녕~

회식만 바뀌었는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살아남으려고 숙취 해소제를 입에 털어 넣지 않아도 됐다. 부담이 사라졌다.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는 자리가 됐다. 가끔은 회식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예전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회식

술 마시고 ‘으쌰 으쌰’ 하는 회식은 이제 끝나야 한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패러다임도 폐기해야 하는 악습이다. 점심 회식, 발 마사지, 만화 카페, 영화 관람처럼 색다른 회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회식이 바뀌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괜찮아, 난 수영을 잘하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