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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Feb 08. 2020

‘괜찮아, 난 수영을 잘하니까’

기분 나쁘다. 항상 있는 일이지만 적응 안 된다. 회사에선 뭐가 그리 미안하고 죄송한 걸까, 이 곳만 오면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회사에서 멘탈이 박살 난 날엔 술보다 ‘물’을 찾는다. 수영을 한지 올해로 8년 차다. 회사에선 신입, 어리바리 막내지만, 수영장에선 연수반 맨 앞을 이끌고 있으니 ‘팀장’ 쯤 된다. 

미안하고 죄송한 일만 가득한 회사와는 다르다. 수영장에서 나는 칭찬과 부러움, 기대를 독점하는 유능한 회원이다. 모든 영법을 구사하며, 다른 회원들 앞에서 시범 조교로 활약한다. 선생님은 자세가 좋다며 칭찬하고, 중급반 회원들은 나의 체력을 부러워한다. 


릴레이 경기엔 항상 마지막 주자로 출전한다. 팀이 뒤쳐지고 있을 때, 마지막 주자인 나에게 모든 기대가 쏠린다. 수상인명구조, 생활스포츠 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해 전문성도 가지고 있다.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수영장에서 나는 내가 봐도 참 멋있다.

퇴근 후 두 시간씩 운동한다. 안 힘드냐고? 당연히 힘들다. 그러나 수영이 끝나는 순간 에너지가 솟아난다. 회사에서 지쳤던 마음, 기죽었던 자존감을 물 안에서 회복한다. 부족하고 모자란 줄 알았는데, 나는 유능하고 잘났다는 걸 깨닫는다. 나에게 수영장은 운동하는 곳이 아니라 ‘충전소’다.

사회생활은 너무 아프다.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무너질 때가 있다. 무시당하고 차별도 받았다. 시기, 질투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자존감이 무너져 나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수영은 취미를 넘어 특기가 됐고 ‘치료제’가 됐다.

오늘도 어김없이 회사는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자존감에 스크래치가 나기 시작한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주문을 외워본다. 

‘괜찮아, 난 수영을 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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