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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서

말로만 듣던 유기견인가?

by 정소장

회사 뒷문,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목줄은 주차장 기둥에 묶여 있었다. 강아지는 어딘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하지 않았다. 바람에 털만 흩날렸고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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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뒷문은 터널로 가는 길목이고, 주차장 입구라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다. 강아지가 놀라서 돌아다니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주차장에 있던 선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선배가 이 강아지는 옆 가게 사장님의 반려견이라고 했다. 가게 청소를 할 때면 가끔씩 밖에 나와 있다고 한다. 강아지가 사장님을 워낙 좋아해서 청소를 못할 정도란다. 사장님이 쓰레기를 모아두면 그 위를 뛰어다니고, 청소하는 사장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안아 달라고 하는 장난기 많고 애교 많은 강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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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고 안심했다. 그제야 강아지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을 봤다. 옆 가게 사장님이었다. 주인이 청소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버려진 강아지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통계적으로 약 10만 마리의 반려견들이 버림받고 있다. 그중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 가지 못한 몇몇은 안락사당한다.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매년 10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과 함께 했던 ‘가족’을 버리고 있다. 버려진 가족들 중 몇몇은 목숨을 잃는다. 끔찍한 현실이다.


청소 끝낸 사장님이 다가왔다. 벌떡 일어나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목줄을 기둥에서 빼자 강아지는 사장님 다리에 엉겨 붙었다. “가자”라고 하니 강아지는 ‘총총총’ 걸으며 가게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사장님의 표정을 봤다. 앞에서 꼬리 흔드는 강아지보다, 뒤 따라가는 사장님의 표정이 더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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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샴푸, 보양식, 반려동물 호텔, 미용실 등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많은 것을 해준다고 생각했다. 강아지와 걸어가는 사장님의 밝은 표정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받고 있었다. 그런 동물 아니, ‘가족’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버릴 수 있을까? ‘개만도 못한 사람’이란 표현을 쓰고 싶지만, 동물 비하인 것 같아 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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