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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Feb 02. 2020

말로만 듣던 유기견인가?

회사 뒷문,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목줄은 주차장 기둥에 묶여 있었다. 강아지는 어딘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하지 않았다. 바람에 털만 흩날렸고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가득했다.

회사 뒷문은 터널로 가는 길목이고, 주차장 입구라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다. 강아지가 놀라서 돌아다니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주차장에 있던 선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선배가 이 강아지는 옆 가게 사장님의 반려견이라고 했다. 가게 청소를 할 때면 가끔씩 밖에 나와 있다고 한다. 강아지가 사장님을 워낙 좋아해서 청소를 못할 정도란다. 사장님이 쓰레기를 모아두면 그 위를 뛰어다니고, 청소하는 사장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안아 달라고 하는 장난기 많고 애교 많은 강아지였다.

그 말을 들고 안심했다. 그제야 강아지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을 봤다. 옆 가게 사장님이었다. 주인이 청소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버려진 강아지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통계적으로 약 10만 마리의 반려견들이 버림받고 있다. 그중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 가지 못한 몇몇은 안락사당한다.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매년 10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과 함께 했던 ‘가족’을 버리고 있다. 버려진 가족들 중 몇몇은 목숨을 잃는다. 끔찍한 현실이다.


청소 끝낸 사장님이 다가왔다. 벌떡 일어나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목줄을 기둥에서 빼자 강아지는 사장님 다리에 엉겨 붙었다. “가자”라고 하니 강아지는 ‘총총총’ 걸으며 가게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사장님의 표정을 봤다. 앞에서 꼬리 흔드는 강아지보다, 뒤 따라가는 사장님의 표정이 더 밝았다.

산책, 샴푸, 보양식, 반려동물 호텔, 미용실 등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많은 것을 해준다고 생각했다. 강아지와 걸어가는 사장님의 밝은 표정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받고 있었다. 그런 동물 아니, ‘가족’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버릴 수 있을까? ‘개만도 못한 사람’이란 표현을 쓰고 싶지만, 동물 비하인 것 같아 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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