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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Feb 15. 2020

복싱이 왜 좋냐고 물으신다면


관장님은 샌드백 치는 나에게 말했다. “힘들 때 한번 더 쳐야 체력이 늡니다” 극한을 이겨내면 어제와 다른 내가 된다. 이러니 복싱을 안 좋아할 수가 없다. 복싱의 매력은 어디까지 일까?

“왜 복싱이 좋아?” 술 약속을 거절하고 체육관을 찾는 나에게 친구들은 묻는다. 같이 운동하며 알려준다고 하면 한사코 손사래 친다. 내가 왜 복싱을 좋아하는지, 친구들 그리고 여러분들이 왜 하면 좋은지 끄적여봤다. 복싱의 매력에 K.O 될 준비 하시라.


첫 번째는 정신 건강이 좋아진다. 샌드백을 치거나 줄넘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30분 정도 하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 도달한다. 이때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항우울제 역할을 하는 이 물질은 우울증 타파,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묘한 쾌감까지 가져온다.

스트레스받은 날, 내 펀치는 샌드백을 뚫을 것 같다.

우리는 월급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샌드백을 후려갈기며 자존감을 되찾고 스트레스를 부셔버릴 수 있다. 간혹 힘들게 하는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후려친다. 그런 날이면 관장님은 “여기서 다 털고 가세요”라며 반대편에서 샌드백을 잡아준다.


두 번째는 신체 건강이 좋아진다. 잦은 술자리,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푸는 나쁜 습관은 내 몸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체지방 25%, 내장지방 과다, 비만이 첫 인바디 성적표였다. 돼지 체지방이 약 15% 정도다. 돼지보다 더 돼지였다.

다이어트 전 체지방 25%, 과체중, 비만체형

복싱하며 10kg을 감량했다. 근력운동과 식단 조절도 겸했지만, 주력은 복싱이었다. 체지방률은 10%대로 내려갔고, 체중은 표준 구간에 돌입했다. 20kg에 육박했던 체지방은 12kg로 가벼워졌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이직을 앞두고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였다. 주민등록증 나이는 30대지만 혈관 나이는 ‘24살’로 나왔다. 내 몸은 펄펄 끓고 있다.

관장님이 미트 잡아주는 날은 땀을 비오듯 쏟아낸다.

마지막은 사회적 관계 확장이다. 체육관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땀 흘리며 같이 운동하면 더욱 친해진다고 한다. 복싱하며 많은 사람과 가까워졌다. 경찰, 교도관, 공무원, 법조인 등 나랏일을 하는 형, 누나를 알게 됐다. 각종 민원과 불편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내 상황을 국가에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개척했다.

휙 휙~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파퀴아오 한 판 붙자!

결정적으로 가장 좋은 관계는 ‘힘쓰는 형님들’과 친해진 것이다. 어깨부터 발목까지 내려온 ‘그림’을 보고 겁먹었지만, 누구보다 복싱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형님들이다. 얻어맞으면 전화할 사람이 생겼다. 이제 더 이상 밤거리가 무섭지 않다.


“복싱이 왜 좋아”라고 물으신다면 정신, 신체, 사람 관계에서 나를 바꿔 놓았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오늘도 난 '내일의 나'를 바꾸기 위해 힘들 때 한 번 더 친다. 원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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