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지하철로 20분이면 광안리에 도착한다. 조금만 더 가면 해운대다. 동해남부선으로 환승하면 부산 서핑의 메카 송정까지 40분 만에 주파한다. 바다와 가까운 덕분에 집값이 오르는 ‘프리미엄’도 누리지만, 타 지역 사람들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바로 ‘바다 수영’이다.
바다 수영하는 해운대, 부산 서핑의 메카 송정
주말 새벽 5시경, 해운대 웨스틴 호텔 앞으로 입수를 앞둔 사람들이 모여든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바다수영은 보통 여름(겨울에 하는 분들도 많다)에 한다. 무더위가 극에 달한 8월이지만 새벽 바닷물은 싸늘하다. 때문에 입수 전 준비운동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물 밖에서 몸에 열을 낸 다음, 파이팅 구호와 함께 바다에 뛰어든다. 시시하게 얕은 수심에서 하지 않는다. 동네에서 물질 좀 한다는 ‘고인 물’들이 모였다. 해파리 차단 그물망을 넘어 수중방파제 앞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발아래를 보면 끝이 안 보인다. 물에 떠 있기 위해 쉬지 않고 발을 움직여야 한다.
25m를 가서 턴 하는 수영장과 다르다. 팔을 한참 돌리고, 허벅지가 터져라 발차기를 해도 가로막는 벽은 없다. 거친 파도와 가끔씩 내 몸을 스쳐가는 물고기와 해초만 있다. 수영하다 멈춰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면, 대열을 이탈해 수평선 끝까지 헤엄치고픈 욕구가 끓어오른다.
바다 수영 코스
수중 방파제에서 시작한 바다 수영은 반대편 119 구조대 부표가 있는 곳을 찍고 돌아오는 코스다. 지친 사람은 반환점에서 모래사장으로 나간 뒤 걸어서 복귀한다. 난 연어처럼 헤엄쳐 왔던 길을 다시 헤엄쳐 돌아간다. 땅을 밟기엔 아직 이르다.
완주하고 물 밖으로 나오면 입수 전 느꼈던 추위는 온데간데없다. 해운대 바다의 기운을 받아 뜨겁게 달아오른 몸과 터질 듯 뛰는 심장만 남아있다. 수영했던 바다 위로 뉘엿뉘엿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면 뿌듯함도 몰려온다. 진정한 바다 수영의 매력은 물 밖에 나왔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