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소장 Jun 06. 2021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_결혼식 축사

안녕하세요. 신랑 이재모 군의 친구 정소장입니다.

사회자께서 저를 신랑 친구라고 소개해줬는데,

신부와도 친분이 돈독합니다.

제가 신부와 안면을 튼 이유는

신부의 친구를 소개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신부는 저에게 단 한 명도 소개해주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전 여기 혼자 서있고요.

두 사람만 행복한 결혼식을 하고 있습니다.

신부가 저를 콕 찍어서

축사를 부탁했다고 하는데요.

전 쿨하고 너그럽습니다.


오늘처럼 아름다운 날,

두 사람에게 축하 글을 전할 수 있어 영광이고요.

제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을 축사에 담았습니다.

같이 들어주시죠.



To. 신랑 신부에게


이재모, 신은정은 이제 끝났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은커녕 밤늦게 술자리도 못 합니다.

두 사람은 이제 친구들 모임에서 탈퇴해야 합니다.

참고로 저는 신랑의 여행 모임에서 총무입니다.

지금까지 받은 회비는 돌려주지 않을 겁니다.


부산 집값이 수억씩 폭등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무주택자입니다. 앞길이 막막합니다.

계약금은 겨우 내겠지만,

나머지는 은행 대출로 메워야 합니다.

앞으로 30년간 일을 그만둘 수 없습니다.


결혼 생활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만은 없겠지요.

힘들고 지치는 날이 있을 겁니다.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아 울고 싶은

그런 수많은 어려움이 있겠지요.


신랑 신부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이 곳에 서있습니다.


제가 본 신랑, 신부는 연애 때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남들과 달랐습니다.

한 사람이 힘들고 지치면

다른 한 사람이 곁에서 힘이 되어줬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바탕이 되어

지금 두 사람을 결혼으로 이끌었습니다.

며칠 전 신랑에게 물었습니다.

신부와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신랑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습니다.


'은정이는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곁에서 힘을 주는 사람'이라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똑같은 질문을 신부에게 했다면 어떨까요?

답은 똑같을 겁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하면

맞춰나가야 할 일들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연애 때처럼, 지금껏 해온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과 사랑을 내어주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내가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어 줄 사람,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자주 떠올리는 소절입니다.

오늘 이 순간, 누구보다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글입니다.


어둠이 찾아와도 함께 이겨내고,

이윽고 찾아 올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맞이하는 부부가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식장을 찾아주신

하객 여러분께 신랑 신부를 대신해

감사의 말씀드리며,


오랜 연애를 마치고,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된 두 사람에게

다시 한번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2020년 11월 21일,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을 말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물에 빠진 적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