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한 조각
나는 때때로 아이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너무 슬퍼서 쏟아낼 곳이 필요할 때,
혹은 네가 특별하게 귀엽고 애틋할 때.
시간이 흘러 다시 그 기록을 꺼내 보면,
“그땐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해냈어.”
혹은
“그때도 힘들었구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2020년의 한 조각이다.
안과에 갔다.
아이에게 또다시 약을 먹이고, 재운 뒤 시력 검사를
진행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시력을 확인하는 방법은
단 하나.
눈에 직접 빛을 비추는 것뿐.
하지만 자폐아인 우리 아이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강제로 아이를 붙잡고 입에 약을 넣었다.
아이는 울부짖었고, 나도 울고 싶었다.
약을 간신히 삼킨 아이를 일으켜 세우자,
곧장 내게 손을 뻗었다.
안아달라는 작은 손.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그래도 내가 너의 엄마라고.
널 그렇게 괴롭게 해도, 넌 나에게 손을 뻗는구나.
다른 아이들은 쉽게 하는 검사를,
왜 이 아이는 이렇게까지 힘들게 받아야 할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가슴을 짓눌렀다.
다행히 시신경은 문제없고, 시력도 좋다고 했다.
왼쪽에 약간의 난시가 있지만, 당장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란다.
그렇게 힘겹게 검사를 받았는데,
혹여 결과까지 나빴다면…
나는 또 다른 나락으로 떨어졌겠지.
이 나락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도 어둡다.
2025년, 현재.
지금도 빛이 드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산소마저 희박해져 숨이 막힌다.
나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빛이 있을 거야.
아니,
빛이 없더라도 나만큼은 너의 빛이 되어야지.
이 어두운 세상에서,
나는 너의 이정표가 되고,
네가 돌아올 곳이 될 거야.
오늘도 너를 재우며,
나는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든다.
너를 위한 빛을.
나를 태워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