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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여 우는 밤, 세상에 나를 숨긴다

누구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은 외침

by 윤슬

어느 날, 평소와 같은 날인데도 미칠 듯한 무기력함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너를 붙잡고 훈육하다가 결국 화장실 샤워부스 안으로 들어가 하염없이 울었다.


너를 키우며 행복을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우울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런데 세상은 나를 ‘장애아를 키우지만 누구보다 밝은 엄마’라고 칭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우울을 누구와도 나누지 못했다.


너에게도 나누지 못했다.


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감정만을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너는 이미 ‘자폐’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었으니까.

엄마만큼은 너에게 아름다운 감정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너의 앞에서도 나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어두운 화장실 샤워부스 안에 유리문을 닫고 들어가 숨죽여 울었다.

세상에 숨기듯, 내 마음의 문을 닫고.


그리고 다시 나와 아무 일 없다는 듯 너의 잘못을 차분히 설명했다.

네가 세상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속이 너무 답답했다.


엄청난 바위를 삼킨 듯, 무거운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숨 쉬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나의 마음은 알 리 없는 너는

오히려 더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벽과 이불에 똥을 칠했다.

변기에 온갖 물건을 넣어 막혀버렸고,

결국 교체해야 했다.

내 머리를 쥐어뜯어 한 움큼 빠지게 했다.

훈육에 화가 나 나를 물어뜯었다.

피가 나고, 멍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백 번, 천 번이고 알려주며

훈육해야 했다.

너는 ‘잘못’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지적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했다.


샤워부스 안에서, 눈물을 삼키며 소리를 참던 내가

비명을 지르며 흐느꼈다.


“왜?”

“어째서?”

“왜 나만?”


그런 말들을 내뱉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세상 속 나를 감추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너를 위해, 나는 참는 거야.

네가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너의 세상은 지금 ‘나’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세상에 속인다.


하지만, 이제는 변해보려 한다.


저번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ADHD 진료를 받고, 검사 후 우울증 검사도 받아볼 것이다.

세상에 나를 속이지 않는 방법을 배워보려고 한다.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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