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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네가 얌전한 아이인 줄 알았다.(상편)

그것이 자폐의 특징인 줄도 모르고.

by 윤슬 Feb 27. 2025

네가 자라면서 나도 동네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다.

맘카페에서 “ㅇㅇ동에 ㅇㅇ개월 아이 있으신 분?” 같은 글에 공감하며 대화를 나눴고, 자연스럽게 엄마들과 가까워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친해진 언니가 있었고, 우리는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냈다.


네가 7개월쯤 되었을 때,

처음으로 언니에게 너를 맡기고 1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다. 급히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너는 여전히 엎드린 채 소리 나는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아이 어땠어?”


내 질문에 언니는 웃으며 대답했다.


“울지도 않고, 자동차만 가지고 놀더라. 엄마가 나간 줄도 몰랐나 봐. 너무 순하고 착해.”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네가 걷기 시작할 무렵 간 키즈카페에서, 또래 친구들은 이곳저곳을 탐색하고 뛰어다니기 바빴다.


하지만 너는 내 눈앞에서 장난감 쇼핑카트를 하나 가져와 엎드려 누운 채 바퀴를 굴리며 삼십 분 넘게 계속 놀았다.


결국 내가 “다른 것도 좀 하고 놀아봐.” 하며 장난감을 치우자, 너는 또다시 다른 자동차를 가져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얌전한 아이라도, 남자아이는 남자아이구나!”


그때는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넘겼다.


그러다 점점 다른 아이들과 발달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또래 아이들은 하나둘 말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너는 오히려 하던 “엄마” 같은 단어나 옹알이조차 점점 사라졌다.


그건, 자폐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발달퇴행이었다.




다행이라면, 네가 걸음이 늦어 이미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발달이 늦다는 걸 비교적 일찍 깨닫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36개월이 되자마자 언어장애 판정을 받고, 바우처를 이용해 언어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자폐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늦되고, 얌전한 아이일 뿐이라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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