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새로운 연료 이야기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비행기가 지금 얼마나 많은 탄소를 뿜어내고 있을까?"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비행기 여행의 편리함과 환경에 대한 부담감 사이에서 복잡한 심정이었어요.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항공업계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COVID-19 팬데믹 이후 항공 운송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환경 친화적인 대안 연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요.
바로 이때 등장한 게임 체인저가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입니다.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대체연료입니다. 바이오매스, 폐식용유, 도시 고형폐기물 등 다양한 지속 가능한 원료로 제조되며, 기존 항공기 엔진과 연료 공급 시스템에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Drop-in 연료라는 마법
가장 놀라운 점은 기존 항공기를 전혀 개조하지 않고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휘발유 차에 프리미엄 휘발유를 넣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이죠.
탄소 배출 저감의 위력
생애주기 기준으로 최대 80%까지 탄소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지 실감이 안 나실 텐데, 한 번의 장거리 비행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80% 줄인다고 생각해보세요.
다양한 원료 활용
바이오매스, 폐기물, 합성연료까지 다양한 원료를 활용할 수 있어요. 심지어 우리가 버리는 폐식용유도 하늘을 나는 연료가 될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기존 인프라 활용 가능
현재 연료 공급망과 완벽하게 호환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가 최소화됩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1년 제77차 연차총회에서 2050년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가 바로 SAF 확대에요.
2030년까지 SAF 사용량을 연간 330억 리터로 확대하고, 2050년까지 항공업계 탄소배출 65% 감축에 SAF가 핵심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루프트한자의 선도적 움직임
루프트한자는 2022년 8월 1일부터 공급자로부터 SAF의 환경 속성을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투명하게 보고하고, 배출 공개 플랫폼을 통해 네덜란드 기준으로 보고하고 있어요.
기타 항공사들의 노력
다른 항공사들도 SAF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일부 항공사는 2022년 12월에 2022년 운송 활동을 과대 평가했음을 인정하며, 실제로는 90,000리터의 운송 활동만 수행했다고 정정 보고하기도 했어요. 이런 투명한 보고가 바로 신뢰할 수 있는 SAF 시장을 만드는 기초가 됩니다.
SAF는 전체 생애주기(Well-to-Wake) 관점에서 기존 화석연료 대비 상당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를 제공합니다.
원료 생산 단계에서는 바이오매스 성장 과정에서 CO2를 흡수하고, 제조 과정에서는 친환경 제조 공정을 적용합니다. 연소 과정은 기존 항공유와 동일하지만 전체 사이클에서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어요.
현재 항공업계의 연간 CO2 배출량은 약 9억 3,000만 톤에 달합니다. 엄청난 양이죠. SAF 도입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배출량 10% 감축, 중기적으로는 2040년까지 배출량 30% 감축,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높은 생산 비용의 벽
현재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2-5배 높은 가격입니다. 경제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제한된 공급량
전 세계 항공연료 수요 대비 1% 미만만 생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거죠.
원료 확보의 어려움
지속 가능한 원료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
각국 정부는 세제 혜택 및 보조금을 지원하고, SAF 의무 혼합 비율을 설정하며,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요.
산업계의 적극적 투자
대규모 생산시설 건설에 투자하고, 항공사와 연료업체 간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기술 개발 및 효율성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는 단순한 대체연료를 넘어 항공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높은 비용과 제한된 공급량이라는 현재의 과제를 극복한다면, SAF는 항공업계가 환경 책임을 다하면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처음에 얘기했던 비행기 안에서의 죄책감도, 언젠가는 "이 비행기는 친환경 연료로 날고 있구나"라는 뿌듯함으로 바뀔 날이 올 것 같아요.
다음 2부에서는 항공업계의 탄소중립 로드맵과 SAF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들을 기대해주세요.
2부에서는 항공업계의 탄소중립 로드맵과 SAF의 역할을, 3부에서는 SAF 온실가스 배출 계산 방법론과 관리 체계를, 4부에서는 SAF 도입 현황과 미래 전망을, 5부에서는 기업의 SAF 활용 전략과 실제 적용 사례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