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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하늘을 나는 연료로, SAF의 놀라운 변신

by GLEC글렉

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얼마 전 정유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대한 탱크들과 복잡한 배관들 사이를 걸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단순한 화학 반응이 아니라 마치 현대의 마법 같다고 말입니다.

특히 폐식용유가 항공연료로 바뀌는 과정을 직접 본 순간, 정말 놀라웠습니다. 치킨집에서 버려지는 기름이 비행기를 하늘로 띄우는 연료가 된다니, 상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네 가지 길, 각각의 이야기

SAF를 만드는 방법은 현재 9가지가 공식 인증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4가지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같은 목적지로 가는 서로 다른 길처럼, 각각은 고유한 매력과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HEFA라고 불리는 "지방의 길"입니다. 현재 SAF 생산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성숙한 기술입니다.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식물성 기름을 수소와 함께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처리하여 만듭니다.

에쓰오일과 SK에너지가 이 방법으로 SAF를 만들어 대한항공에 공급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왠지 자랑스러웠습니다.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친환경 연료로 우리 항공기가 하늘을 나는 것입니다.


쓰레기에서 태어난 기적

두 번째는 Fischer-Tropsch 기술, 이름이 어려워서 저는 그냥 "쓰레기의 길"이라고 부릅니다. 농업 잔재물, 임업 폐기물, 심지어 도시 생활쓰레기까지 모든 것을 연료로 바꿀 수 있습니다.


벼를 수확하고 남은 볏짚, 나무를 자르고 남은 톱밥, 우리가 매일 버리는 종이와 목재 폐기물까지. 이 모든 것들이 고온에서 가스로 변하고, 그 가스가 다시 액체 연료로 바뀝니다. 마치 불사조가 재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최초로 기존 정유 설비를 활용해 이런 방식으로 SAF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기존의 것을 새롭게 활용하는 지혜에 감탄했습니다.


곡물이 들려주는 이야기

세 번째는 ATJ 기술, "곡물의 길"입니다. 농업 부산물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항공연료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미국과 브라질처럼 에탄올을 많이 만드는 나라에서 특히 유리한 방법입니다. 기존의 에탄올 공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생명주기 기준으로 최대 85%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ENEOS가 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곧 이런 연료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공기에서 태어난 미래 연료

네 번째는 PtL 기술, 저는 "공기의 길"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신기한 방법입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재생에너지로 물에서 수소를 만들어 둘을 합쳐 연료를 만듭니다.


물과 공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연료를 만들 수 있다니, 정말 SF 영화 같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90% 이상의 탄소를 줄일 수 있어서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유럽연합이 2030년부터 이런 e-SAF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정했다는 것을 보면, 미래는 정말 이런 연료의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전략

세계를 돌아보니 각 지역마다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Phillips 66은 연간 8억 갤런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있고, Marathon Petroleum은 아예 기존 정제소를 SAF 전용으로 바꿨습니다.


유럽은 e-fuel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Neste는 이미 세계 최대 SAF 생산업체가 되었고, 독일에서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다각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일본은 ATJ 기술 개발에, 중국은 연간 100만 톤을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4대 정유사가 힘을 합쳐 1조원 규모의 플랜트를 짓기로 했습니다.


원료들의 세대교체

SAF 원료들을 보면 마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1세대 원료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지방입니다. 가장 경제적이고 검증된 원료이지만, 공급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2세대 원료는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농업 잔재물입니다. 볏짚, 옥수수대, 나무 칩 등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합니다. 대량 공급이 가능하고 식량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세대 원료는 조류와 미세조류입니다. 아직 연구 단계이지만, 높은 기름 함량과 빠른 성장 속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30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상업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용과 경제성의 현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과제는 비용입니다. 현재 HEFA 기술로 만든 SAF는 갤런당 2.50달러에서 4달러 정도 드는데, 기존 항공유보다 3배에서 5배 비쌉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기술이 발전하며, 정부 지원이 늘어나면서 가격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은 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고, 유럽은 탄소세 면제 혜택을 줍니다. 우리나라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15%에서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합니다.


미래를 향한 기술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차세대 기술들입니다. 기존 정제소를 그대로 활용하는 Co-processing 기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성공한 이 방법은 별도 투자 없이도 SAF를 만들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도 접목되고 있습니다. AI가 공정을 최적화하고, 실시간으로 품질을 관리하며,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합니다. 블록체인으로는 원료부터 최종 연료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측정의 중요성


글렉에서 일하며 항상 느끼는 것은 SAF 생산에서 정확한 탄소발자국 측정이 얼마나 중요한지입니다. 단순히 친환경 원료를 썼다고 해서 저절로 친환경 연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료 생산부터 최종 연료까지 모든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정밀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친환경성을 입증할 수 있고, 국제 인증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술이 그려가는 미래

SAF 생산 기술의 다양화와 발전을 보면서, 항공업계 탄소중립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1세대 HEFA 기술에서 시작해 차세대 e-fuel까지, 각 기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쓰레기가 연료가 되고, 공기가 에너지가 되는 시대. 정말 놀라운 변화가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어떻게 SAF를 도입하고 있는지, 그들의 성공 사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탄소배출량 관련 상담 및 문의는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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