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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원 손실에서 배운 위험관리의 진실

by GLEC글렉

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2024년 7월 어느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한 중견 물류업체 대표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어요.

"선생님, 큰일 났어요. 냉장차 20대가 동시에 고장 났습니다. 온도가 너무 올라가서 냉각 시스템이 견디지 못했나 봐요. 하루 만에 50억원이 날아갔어요."


그분의 목소리에서 절망감이 느껴졌습니다. 30년 넘게 물류업을 해오시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기후변화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의 위협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KPMG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물류 기업의 75퍼센트가 기후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은 23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해요. 대부분은 "설마 우리한테까지야" 하는 마음으로 넘어가고 있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기후 리스크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어요. 태풍으로 인한 부산항 운영 중단, 집중호우로 인한 경부고속도로 통제, 폭설로 인한 산간 도로 차단. 예전에는 예외적이었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위험을 관리한다는 것은 미리 대비한다는 뜻입니다. 일어나고 나서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기 전에 막거나 최소화하는 것이죠.


기후 리스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입니다.


물리적 위험은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말해요. 태풍, 집중호우, 폭염, 폭설 같은 급성 위험과 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 같은 만성 위험으로 구분됩니다.


한 물류업체의 운영팀장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생생해요. "작년 여름에 아스팔트가 녹을 정도로 더웠어요.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평소의 3배로 늘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니까 이게 새로운 일상이구나 싶더라고요."


전환 위험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입니다. 정책 변화, 기술 발전, 시장 요구 변화 등이 여기에 해당돼요.


2025년부터 시행되는 CSRD, 12월부터 적용되는 EUDR 규정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정책 위험이죠.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은 유럽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기술 위험도 만만치 않아요. 전기차 의무화가 본격화되면 디젤 차량의 중고차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요. 2030년에는 50퍼센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위험 관리의 첫 단계는 식별입니다. 우리 회사에 어떤 위험들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거예요.


매일 점검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당일 기상 정보, 차량 상태, 경로 안전성 같은 것들이죠. 강수 확률이 30퍼센트 이상이면 우회 경로를 준비하고,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이면 냉장차 점검을 강화하는 식으로요.


주간 점검에서는 7일 예보를 기반으로 운송 계획을 조정하고, 차량 정비 일정을 확인합니다. 월간 점검에서는 기상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 예방 투자 계획을 검토해요.


위험 평가도 중요합니다. 발생 확률과 잠재적 영향, 그리고 우리의 대응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폭염으로 인한 냉장차 고장은 발생 확률이 높고 영향도 크지만, 예비 차량 확보나 정비 체계 강화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어요. 반면 태풍으로 인한 항만 마비는 영향이 크지만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적죠.


한 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위험 순위를 매겨서 대응 계획을 세웠어요. 1순위는 폭염 대비 냉각 시스템 강화, 2순위는 집중호우 대비 우회 경로 확보, 3순위는 탄소세 도입 대비 연비 개선 같은 식으로요.


기존 리스크 관리 체계와의 통합도 필요해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운영 리스크나 재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잖아요. 여기에 기후 요소를 추가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교통사고 위험에 기상 악화 요인을 추가하면 기상 기인 사고 위험이 되고, 연료비 위험에 탄소 가격을 추가하면 통합 에너지 비용 위험이 되는 식이죠.


한 대기업의 사례를 보면, 기존 월간 리스크 리뷰 미팅에 기후 리스크 세션을 추가했어요. 30분 정도만 할애해도 충분하더라고요. 별도의 회의를 만들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비상 대응 체계도 중요합니다. 위험은 아무리 잘 관리해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거든요. 일어났을 때 어떻게 신속하게 대응할 것인지가 피해 규모를 결정합니다.


경보 단계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아요.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행동 요령을 정하는 거죠.


주의 단계에서는 예방 점검과 경로 조정, 경계 단계에서는 운행 제한과 24시간 모니터링, 심각 단계에서는 전면 중단과 비상 체계 가동 같은 식으로요.


실제로 폭우로 주요 고속도로가 침수됐을 때의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둔 업체가 있어요. 상황 발생 즉시 대체 경로 확보, 30분 내에 고객사 통보, 1시간 내에 전체 차량 안전 지역 대피, 2시간 내에 배송 일정 재조정까지. 마치 소방 훈련처럼 체계적으로 준비해놨더라고요.


그 덕분에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큰 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고 해요. 미리 준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정말 크더라고요.


투자 대비 효과도 놀라워요. 한 업체가 기상 예측 시스템에 3년간 4억 5천만원을 투자했는데, 배송 지연과 차량 사고로 인한 손실을 연간 18억원씩 줄일 수 있었어요. 3개월 만에 투자비를 회수한 셈이죠.


예방에 1원을 투자하면 피해 복구에 10원을 아낄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기후 리스크 관리에서는 그 비율이 더 클 수도 있어요.


FedEx의 사례도 인상적입니다. 그들은 기상 전담팀을 24시간 운영하고, IoT 기반으로 실시간 화물 모니터링을 해요. 재해 시에는 대체 경로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요.

그 결과 기상 지연을 전년 대비 40퍼센트나 줄였고, 고객 만족도도 95퍼센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요. 연간 200억원의 손실을 예방했다고 하니까, 투자 대비 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죠.


CJ대한통운도 기상청과 민간 데이터를 통합해서 예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모바일 앱으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고요. 그 덕분에 배송 정시율 98.5퍼센트라는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거창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우선 최근 3년간 기상 관련 손실을 집계해보세요. 얼마나 자주, 얼마만큼의 피해가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그다음에는 기상청 특보 알림 서비스에 가입하고, 차량별 GPS 추적 시스템을 점검해보세요.

비상 연락망도 업데이트하고, 대체 경로 매뉴얼도 만들어보세요. 주요 노선별로 최소 3개씩은 확보해두는 것이 좋아요.


기후 리스크 관리는 보험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적절한 투자를 통해 위험을 예방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준비하지 않은 기업은 생존 자체가 위험해져요.


완벽한 시스템을 기다리지 마세요. 작은 것부터라도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성공의 비밀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 위험에 가장 취약한가요? 그리고 그 위험에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요?


다음 편에서는 TCFD 공시를 위한 구체적인 데이터 수집과 목표 설정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실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실무적인 가이드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탄소배출량 관련 상담 및 문의는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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