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작년 여름,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구름 위를 나는 이 순간의 설렘과 동시에, 내가 지금 이 순간 배출하고 있는 탄소의 무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럽환경청의 최신 데이터를 접했을 때,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승객 한 명이 1킬로미터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 비행기는 285그램, 기차는 14그램. 스무 배의 차이라니.
더 충격적인 건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전체 연료의 25퍼센트를 소비한다는 사실이었다. 김포에서 제주까지, 그 짧은 비행이 환경에는 가장 치명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165킬로미터를 이동한다고 생각해보자. 비행기로는 23.1킬로그램, 중형차로 혼자 가면 21.45킬로그램, 기차나 하이브리드차로는 13.2킬로그램, 고속버스로는 8.25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고속버스가 비행기의 3분의 1 수준.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는 여정을 떠올려본다. 항공기를 이용하면 111.7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기차는 14.8킬로그램, 승용차는 156킬로그램. 기차가 비행기의 7분의 1 수준이다.
나는 종종 혼자 운전하며 고속도로를 달렸던 날들을 떠올린다. SUV 기준으로 1.5명이 탑승했을 때 킬로미터당 190그램, 4명이 함께 탔을 때는 71그램. 혼자 운전할 때보다 네 명이 함께 탈 때 1인당 배출량이 63퍼센트나 감소한다.
우리나라 등록 자동차 중 82.4퍼센트가 개인용이라는 통계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수송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중 도로 부문이 96.5퍼센트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구글의 분석이 희망을 준다.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기차는 비행기보다 85퍼센트, 자동차보다 87퍼센트의 탄소를 절감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기차가 1승객킬로미터당 평균 19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의 8분의 1, 화물차의 4분의 1 수준이다.
전기로 운행되는 지하철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탄소배출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매일 아침 붐비는 지하철에서 불평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연구를 보며 나는 내 소비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식재료 1톤을 1킬로미터 운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 철도는 21그램, 선박은 38그램, 트럭은 167그램, 항공기는 1,510그램.
항공 화물이 철도보다 72배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해외 직구로 주문한 물건들, 항공 특송으로 받은 선물들. 그 편리함 뒤에 숨은 환경 비용을 우리는 너무 오래 외면해왔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주행 중 배출가스가 전혀 없다. 하지만 전과정을 평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50에서 70퍼센트, 수소차는 60에서 80퍼센트의 탄소를 감축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나은 선택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는 1회 충전으로 887.5킬로미터를 달린다. 이 거리를 내연기관차로 달렸다면 약 200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을 것이다.
요즘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전동킥보드. 킬로미터당 20그램의 탄소만 배출한다. 버스의 70에서 100그램, 자동차의 120에서 180그램, 항공기의 200에서 250그램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으로 온실가스 목표량의 1.5에서 2.3퍼센트를 줄일 수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없이도 가능한 변화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여행하는 가족을 상상해본다. 비행기 왕복은 1인당 약 280킬로그램의 탄소를 배출한다. 자동차와 선박을 이용한 4인 가족 기준으로는 약 150킬로그램. 비행기가 두 배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유럽에서는 플라이트 셰임, 즉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로 2주간 대서양을 횡단했다.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지만, 우리의 여행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4년 자료가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도로가 96.5퍼센트, 철도가 0.6퍼센트, 해운이 2.2퍼센트, 항공이 0.7퍼센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송부문에서 3,7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420만대, 수소차 88만대 보급, 대중교통 분담률 향상, 화물 운송의 철도 전환. 야심찬 계획이지만 우리 모두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숫자로 확인한 현실이 무겁다. 기차가 비행기보다 20배 적게, 버스가 자동차보다 2배 이상 적게 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 이제 우리는 안다. 모르고 했던 선택과 알고 하는 선택은 다르다.
물론 모든 이동을 대중교통으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친환경적인 수단을 고려하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현명한 이동수단 선택법과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나누려 한다. 작은 선택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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