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어느 날 문득,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우리 회사도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 이게 정말 의미 있는 걸까요?"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정작 그것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검증받는 곳은 드물다는 것을요.
오늘은 제가 물류업계에서 일하며 깨달은 SBTi, 즉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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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리,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모여 하나의 약속을 했습니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것이었죠. 당시 저는 이 뉴스를 보며 '또 하나의 국제 협약이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이 약속은 모든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SBTi는 바로 이 파리협정의 정신을 기업 현장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CDP, UN 글로벌 콤팩트, 세계자원연구소, 세계자연기금이 함께 만든 이 이니셔티브는 기업들의 막연한 탄소 감축 선언에 과학이라는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당신의 회사가 세운 목표는 정말로 지구 온도 1.5도 상승 억제에 기여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많은 기업들이 침묵했고, 또 많은 기업들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11,000개가 넘는 기업이 이 도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8,600개 이상의 기업이 이미 과학의 검증을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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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를 읽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단 0.5도의 차이였습니다. 1.5도와 2도, 겨우 0.5도 차이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었죠. 하지만 IPCC 보고서는 명확했습니다.
2도 상승하면 산호초의 99%가 사라집니다. 1.5도에서는 70-90%가 남습니다. 이 차이는 수백만 명의 삶의 터전을 결정합니다. 북극의 얼음이 완전히 녹는 주기도 10년에서 100년으로 늘어납니다.
숫자로만 보면 작은 차이지만, 이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차이입니다. 제 조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산호초를 볼 수 있을까요? 북극곰은 동화책에만 남은 존재가 될까요?
SBTi는 이런 미래를 막기 위해 탄소 예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을 정하고, 이를 기업별로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죠. 마치 가계부를 쓰듯, 지구의 탄소 가계부를 만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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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선언했을 때, 업계는 술렁였습니다. 단순히 탄소중립이 아니라, 과거에 배출한 탄소까지 되돌리겠다는 것이었으니까요. 처음엔 홍보용 퍼포먼스라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진심이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탄소 제거 기술에 1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와 거래하려면 탄소 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장난이 아니었던 거죠.
유니레버는 더 나아갔습니다. 샴푸 한 병, 비누 하나를 만드는 전 과정에서 탄소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료 재배부터 소비자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순간까지, 모든 단계의 탄소를 계산하고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그들은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20% 이상 줄였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뒤지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들이 속속 SBTi 인증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견기업들도 줄을 서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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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중소기업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SBTi 인증을 받고 나니 대기업 입찰에서 우대를 받더라"며 웃으시더군요. 예전엔 가격과 품질만 따졌는데, 이제는 탄소 감축 목표가 없으면 아예 입찰 자격도 안 준다는 겁니다.
ESG 투자자들 사이에서 SBTi는 일종의 품질 보증 마크가 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진짜다"라는 신호인 셈이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면, SBTi 인증 기업은 복잡한 서류 작업에서도 혜택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SBTi가 기업에게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2030년까지 Scope 1, 2 배출량 42% 감축" 같은 구체적인 숫자 말이죠. 막연한 선언이 아닌, 측정 가능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 이것이 SBTi의 힘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Scope 3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탄소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고객이 배출하는 탄소까지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야!"라는 반발도 있었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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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10년 후, 20년 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SBTi는 단순한 인증 제도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약속입니다. 과학이 제시한 명확한 길을 따라, 기업과 사회가 함께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한국 기업들에게 SBT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나침반이 되었죠.
제가 물류업계에서 일하며 매일 보는 것은 변화하는 기업들의 모습입니다. 전기 트럭을 도입하고, 창고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며, 협력업체들과 함께 탄소를 줄여가는 모습들.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당연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가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작이 중요합니다. SBTi라는 과학의 나침반을 따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지속가능한 내일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물류업계가 왜 SBTi를 피할 수 없는지, 그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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