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류업계의 고백, 우리가 SBTi를 피할 수 없는 이유

by GLEC글렉

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지난 주, 오랜만에 만난 물류업계 선배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요즘 대기업들이 탄소 배출량 자료 내라고 난리야. 우리같은 중소 물류업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네."


그의 고민은 이제 물류업계 전체의 고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물류업계가 SBTi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이유를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

물류, 탄소 배출의 숨은 주인공

사실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우리가 매일 받는 택배 상자 하나가 지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죠.

운송 부문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7%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중에서도 도로 운송이 74%를 차지하죠. 매일 도로를 달리는 수백만 대의 트럭들, 바다를 건너는 거대한 컨테이너선들, 하늘을 나는 화물기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편리한 일상을 만들지만, 동시에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Scope 3 배출량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공급망과 물류로 인한 간접 배출량이 직접 배출량의 11배에 달한다는 사실. 쉽게 말해,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보다 물건을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가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어느 날 한 고객사 담당자가 물었습니다. "우리 회사 제품의 탄소 발자국 중 70%가 물류에서 나온다는데, 정말인가요?" 네, 정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깨달았죠. 물류업계의 변화 없이는 기업의 탄소중립도, 지구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

거대 기업들의 압박, 그리고 기회

작년 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애플이 2030년까지 전체 공급망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모든 협력업체에게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 감축 계획을 요구하기 시작했죠.


처음엔 "애플이니까 가능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곧 아마존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리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까지 비슷한 요구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SBTi 목표가 없는 물류업체는 대기업과 거래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한 중견 물류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SBTi 인증을 받고 나니 오히려 새로운 고객들이 찾아오더라고요.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죠."


실제로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이미 50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DSV는 1,000억 유로 규모의 Green Logistics Fund를 조성했고, Maersk는 녹색 채권을 발행해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SBTi 목표를 가진 물류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을 0.5-1%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죠.

─────────────────────────────

규제의 쓰나미, 피할 곳이 없다

2026년,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됩니다. 물류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에도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친환경 물류에 인센티브를 주고, 일본과 중국도 각자의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수출기업 물류 담당자가 하소연했습니다. "유럽으로 수출하는데 탄소 배출량 증명서를 요구하네요. 물류업체한테 달라고 했더니 모른다고 하고... 정말 난감했어요."


이제 탄소 배출량 데이터는 선하증권만큼이나 중요한 서류가 되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죠.

─────────────────────────────

선구자들의 이야기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이미 많은 물류기업들이 변화를 시작했으니까요.

APL Logistics는 2024년 모든 Scope에서 42% 감축 목표를 승인받았습니다. 복합운송을 최적화하고, 전기 트럭을 도입하며, 창고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죠. 결과는? 고객사 ESG 요구를 충족시키며 신규 계약이 20% 증가했습니다.


Maersk는 더 과감했습니다.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린 메탄올로 움직이는 선박을 도입했습니다. 처음엔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제는 녹색 운송 프리미엄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DHL은 'GoGreen'이라는 브랜드로 B2B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전기 배송 차량 10만 대 도입, 지속가능 항공 연료 사용... 이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죠.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하나요?"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일단 시작하는 것입니다.


첫째, 현재 위치를 파악하세요. 우리 회사가 배출하는 탄소가 얼마나 되는지, 어디서 가장 많이 나오는지 측정부터 시작하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둘째,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세요. SBTi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기와 장기 목표를 설정하되, 우리 회사가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하세요.


셋째, 작은 것부터 바꿔가세요. 경로 최적화로 연료를 절약하고, 적재율을 높여 운행 횟수를 줄이고, 가능한 곳부터 전기차를 도입하세요.


넷째, 함께 가세요. 고객사, 협력업체와 함께 탄소 감축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세요.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최근 한 물류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습니다. 처음부터 전기차로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젊은 CEO였죠. "선배들은 미쳤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이 먼저 찾아옵니다."


맞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물류업계에게 SBT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준비된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생존의 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고, 방법이 있으며, 무엇보다 함께 갈 동료들이 있으니까요.


물류업계 여러분,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물결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물결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2025년 SBTi의 새로운 변화와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더 구체적인 전략을 나누어보겠습니다.

─────────────────────────────

탄소배출량 관련 상담 및 문의는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https://glec.io/?utm_source=brunchstory&utm_medium=blog&utm_campaign=brunchstory_event

#물류탄소중립 #SBTi물류 #ESG물류 #공급망탄소관리 #그린물류 #친환경운송 #Scope3물류 #지속가능물류 #탄소배출측정 #넷제로물류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탄소중립이라는 약속, 과학이 증명하는 기업의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