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데이터가 없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작년 3월, 한 제조업체의 지속가능경영 담당자가 거의 울먹이며 했던 말입니다. CDP 제출 마감까지 6개월, 그들에게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탄소 배출 데이터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날부터 시작된 9개월간의 여정은 마치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찾아 맞추는 것과 같았습니다.
오늘은 그 치열했던 데이터 전쟁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CDP 대응의 필요성은 알지만, 실제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실무 프로세스를 솔직하게 공유하겠습니다.
━━━━━━━━━━━━━━━━━━━━━━━━━━━━━━
첫 번째 단계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범위 정의였습니다.
SMART 기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levant, Time-bound. 처음에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적용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었습니다.
그 제조업체는 이렇게 목표를 세웠습니다. 2026년 CDP Climate Change A등급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전년 대비 점수 20퍼센트 향상이라는 측정 가능한 지표. 현재 C등급에서 단계적으로 상승한다는 달성 가능한 계획. 고객사 요구사항 충족과 ESG 경영 강화라는 관련성. 그리고 2026년 9월 제출 완료라는 명확한 기한.
보고 대상 조직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국내 사업장만 할 것인지, 해외 사업장도 포함할 것인지. 통합 접근법은 운영통제로 할 것인지, 재무통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지분할당 방식으로 할 것인지. 이러한 결정 하나하나가 향후 데이터 수집의 범위와 복잡도를 결정했습니다.
━━━━━━━━━━━━━━━━━━━━━━━━━━━━━━
두 번째 단계는 전담 조직 구성과 역할 분담이었습니다.
CDP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전사적 협력이 필요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CDP TF팀을 구성했습니다.
총괄 리더는 C-Level 임원이 맡았습니다.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이사회에 보고하고 예산을 승인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실무 PM은 지속가능경영팀에서 담당했습니다.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부서간 조정과 일정 관리, CDP 플랫폼 관리를 책임졌습니다.
데이터 수집팀의 구성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시설관리팀은 에너지 사용량과 용수 사용량 데이터를, 구매팀은 원자재 구매 데이터와 공급업체 정보를, 물류팀은 운송 거리와 연료 사용량 데이터를, 재무팀은 비용 데이터와 투자 정보를, IT팀은 데이터 시스템 구축과 자동화를 담당했습니다.
검토와 승인을 위해서는 법무팀이 법적 리스크를, IR팀이 투자자 관점을, 마케팅팀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검토했습니다. 각 부서의 협력 없이는 CDP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았습니다.
━━━━━━━━━━━━━━━━━━━━━━━━━━━━━━
세 번째 단계는 현황 진단과 Gap 분석이었습니다.
우리는 데이터 성숙도를 세 단계로 평가했습니다. Level 1은 초급 단계로, 수동 엑셀 관리, 추정치가 대부분인 데이터, 내부 검토만 실시, Scope 1과 2만 보고, 연 1회 데이터 수집이 특징이었습니다.
Level 2는 중급 단계로, 부분적인 시스템화, 실측 데이터 70퍼센트, 부분적인 외부 검증, Scope 3 일부 포함, 분기별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집니다. Level 3은 고급 단계로, 통합 플랫폼 구축, 실측 데이터 95퍼센트, 전체 제3자 검증, Scope 3 전체 포함,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 제조업체는 Level 1과 2 사이였습니다. Gap 분석을 통해 전년도 CDP 점수를 상세히 분석하고, 동종업계의 Best Practice를 파악했습니다. Essential Criteria 충족도를 점검하고, 개선 우선순위를 도출했습니다.
━━━━━━━━━━━━━━━━━━━━━━━━━━━━━━
네 번째 단계는 데이터 수집 시스템 구축이었습니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첫 1-2개월은 데이터 인벤토리 구축에 집중했습니다. 필요한 데이터 목록을 작성하고, 데이터 소스를 맵핑하며, 수집 주기와 담당자를 지정하고, 데이터 품질 기준을 수립했습니다.
다음 2-3개월은 수집 프로세스 표준화에 할애했습니다. 표준 양식을 개발하고, 수집 매뉴얼을 작성하며, 검증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오류 수정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마지막 3-6개월은 시스템 자동화를 추진했습니다. ERP 연계를 구축하고, IoT 센서 도입을 검토하며,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시간 대시보드를 개발했습니다.
Scope별 데이터 수집이 특히 도전적이었습니다. Scope 1 직접 배출은 보일러와 난방기기의 연료 사용량, 업무용 차량의 주유 기록,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배출량, 냉매 충전량 기록을 수집해야 했습니다.
Scope 2 간접 배출은 한전 고지서와 계량기 데이터, 공급업체 인보이스, REC 구매 증빙을 모으고, 지역별 배출계수를 적용해야 했습니다.
가장 복잡한 것은 Scope 3 기타 간접 배출이었습니다. 15개 카테고리별로 접근이 필요했는데, 구매한 제품과 서비스는 공급업체 설문조사와 LCA 데이터베이스를, 자본재는 자산 취득 기록과 감가상각 데이터를, 연료와 에너지 관련은 Well-to-Tank 배출량을, 업스트림 운송은 물류 파트너 데이터와 거리 곱하기 중량 계산을 해야 했습니다.
━━━━━━━━━━━━━━━━━━━━━━━━━━━━━━
다섯 번째 단계는 데이터 품질 관리 체계 구축이었습니다.
데이터 품질 관리에는 5대 원칙이 있습니다. 정확성, 완전성, 일관성, 투명성, 적시성.
정확성을 위해서는 원시 데이터와 계산 결과를 대조하고, 단위 변환 오류를 체크하며, 이상치를 검출하고 검증해야 했습니다. 완전성을 위해서는 누락 데이터를 최소화하고, 목표를 95퍼센트 이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추정 방법론을 문서화하고, 데이터 Gap의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계열 데이터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방법론 변경 시 재계산을 실시하며, 조직 경계의 일관성을 확보했습니다. 투명성을 위해서는 계산 방법론을 공개하고, 가정사항을 명시하며, 불확실성 수준을 표기했습니다. 적시성을 위해서는 월별 데이터 수집 마감일을 준수하고, 분기별 내부 검토와 연간 외부 검증 일정을 관리했습니다.
━━━━━━━━━━━━━━━━━━━━━━━━━━━━━━
여섯 번째 단계는 CDP 질문서 작성이었습니다.
CDP 질문서는 단순한 정보 입력이 아니라 전략적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거버넌스 모듈에서는 이사회 감독 체계를 상세히 기술하고, 인센티브 제도의 연계성을 설명하며,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했습니다.
리스크와 기회 모듈에서는 TCFD 프레임워크를 활용하고, 재무적 영향을 정량화하며, 시간 기준을 단기, 중기, 장기로 명확히 했습니다. 전략 모듈에서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전환 계획을 구체화하며, 투자 계획과 연계했습니다. 목표와 성과 모듈에서는 과학 기반 목표를 설정하고,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목표 미달성 시 개선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고득점을 위한 작성 팁이 있습니다. 일반론보다 자사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가능한 모든 답변에 수치를 포함시킵니다. 모듈간 연계성을 확보하여 일관된 스토리를 만들고, 과거 실적과 미래 계획의 균형을 맞춥니다. 정책, 보고서, 인증서 등 증빙 자료를 빠짐없이 첨부합니다.
━━━━━━━━━━━━━━━━━━━━━━━━━━━━━━
일곱 번째 단계는 내부 검토와 품질 확인이었습니다.
3단계 검토 프로세스를 거쳤습니다. 1차는 실무진 자체 점검으로 데이터 정확성을 확인하고, 질문 이해도를 점검하며, 필수 항목 누락을 확인했습니다. 2차는 부서장 교차 검토로 부서간 일관성을 확인하고, 전략적 메시지를 정렬하며, 리스크 요소를 점검했습니다. 3차는 경영진 최종 승인으로 대외 공개 적정성을 검토하고, 전사 전략과의 정합성을 확인하며, 최종 승인과 서명을 받았습니다.
━━━━━━━━━━━━━━━━━━━━━━━━━━━━━━
여덟 번째 단계는 모니터링과 지속 개선이었습니다.
CDP는 일회성 과제가 아닌 지속적인 개선 과정입니다. 연간 관리 일정을 수립했습니다. 1월에서 3월은 준비와 계획 단계로 전년도 결과를 분석하고, 개선 계획을 수립하며, 조직과 예산을 확보합니다. 4월에서 6월은 데이터 수집 단계로 전년도 데이터를 확정하고, 제3자 검증을 실시하며, Gap 분석과 보완을 진행합니다.
7월에서 9월은 작성과 제출 단계입니다. 6월 중순 CDP 포털이 오픈되면 7월과 8월에 질문서를 작성하고, 9월 중순에 최종 제출합니다. 10월에서 12월은 평가와 개선 단계로 12월 점수 발표 후 피드백을 분석하고, 차년도 계획을 수립합니다.
━━━━━━━━━━━━━━━━━━━━━━━━━━━━━━
아홉 번째 단계는 디지털 전환과 혁신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Stage 1 디지털화에서는 종이 문서를 디지털 문서로, 수동 입력을 자동 수집으로, 개별 파일을 통합 데이터베이스로 전환합니다. Stage 2 디지털 전환에서는 IoT 센서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예측,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합니다.
Stage 3 통합 플랫폼에서는 ESG 통합 관리 시스템, 공급망 전체 연계, 실시간 대시보드와 리포팅을 구현합니다.
━━━━━━━━━━━━━━━━━━━━━━━━━━━━━━
9개월의 여정 끝에, 그 제조업체는 CDP B등급을 받았습니다. 목표했던 A등급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D등급에서 B등급으로의 도약은 놀라운 성과였습니다.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데이터가 없다고 좌절했지만, 이제는 우리 회사의 모든 환경 데이터를 손바닥 보듯 알게 되었어요. CDP 대응을 통해 우리 회사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어디서 줄일 수 있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CDP 대응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단계별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 수집 체계를 잘 구축해두면, CDP뿐만 아니라 다른 ESG 공시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CDP를 단순한 의무가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회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체계적인 탄소 관리는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9개월의 데이터 전쟁은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였고, 지구의 미래를 위한 약속이었습니다.
━━━━━━━━━━━━━━━━━━━━━━━━━━━━━━
탄소배출량 관련 상담 및 문의는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https://glec.io/?utm_source=brunchstory&utm_medium=blog&utm_campaign=brunchstory_event
#CDP실무 #탄소데이터관리 #ESG데이터 #CDP프로세스 #온실가스인벤토리 #Scope3 #탄소회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DP대응전략 #기후공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