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물류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그는 조용히 커피잔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물류는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일이 아니에요. 지구의 미래를 옮기는 일이죠." 그의 말이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2025년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물류업계가 겪고 있는 변화를 보면 결코 허언이 아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이 발표되고,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ESG 경영을 선언하면서 물류 분야에도 전에 없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싸게 물건을 운송하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깨끗하게 운송하느냐가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과 함께 살펴본 물류업계의 새로운 전문직 10가지는 이런 시대적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탄소배출 측정과 검증을 담당하는 MRV 전문가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한 MRV 전문가는 자신의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의 발자국을 추적하는 탐정 같은 존재예요. 물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출량을 측정하고, 데이터로 만들어 관리합니다."
실제로 이들은 Scope 1부터 3까지 모든 배출량 데이터를 관리하고, 제3자 검증에 대응하며, 국제 인증 획득을 지원한다. 온실가스관리기사나 ISO 14064 인증을 보유한 이들은 지금 업계에서 가장 찾는 인재가 되었다.
ESG 물류 컨설턴트의 등장도 흥미롭다. 이들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부터 탄소중립 전략 수립까지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주요 컨설팅펌들이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이 분야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준다.
CDP나 TCFD 같은 글로벌 공시에 대응하고, SBTi 기반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일. 환경공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고 영어에 능통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그린 SCM 매니저는 또 어떤가. 단순한 물류 관리를 넘어 공급망 전체의 환경 영향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혁신가다. 친환경 공급망을 설계하고, 협력사의 탄소배출을 관리하며, 그린 물류 KPI를 설정하는 일. CPIM이나 CSCP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은 물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제품 하나하나의 탄소발자국을 분석하는 전문가도 생겨났다. 특히 수출 기업들 사이에서 수요가 높은 이들은 LCA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다루며,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탄소배출량을 추적한다.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고, 탄소 저감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순환물류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종도 눈길을 끈다. 재활용과 역물류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이들은 순환경제 전환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폐기물 재활용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역물류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며, 재활용률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시대를 맞아 친환경 운송 플래너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친환경 차량 도입 계획을 수립하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며, 운송 경로 최적화를 통해 배출량을 줄이는 일. 물류관리사나 교통기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다.
탄소배출권 거래 전문가는 물류와 금융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배출권 거래 전략을 수립하고, 탄소 크레딧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금융 관련 자격증과 배출권 거래 경험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 그린물류 엔지니어도 주목받고 있다. IoT와 AI를 활용해 물류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높이는 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물류 혁신가다.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를 최적화한다. 정보처리기사나 빅데이터분석기사 자격이 있다면 유리하다.
냉장과 냉동 물류의 에너지 효율성을 관리하는 지속가능 콜드체인 매니저도 빼놓을 수 없다. 친환경 냉매로 전환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며, 온도 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일. 냉동공조기사나 HACCP 관련 자격이 있다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린물류 교육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 내부 직원들의 탄소중립 역량을 강화하는 이들은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ESG 교육을 실시하며, 가이드라인을 작성한다. HRD 관련 자격이나 환경교육 경험이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준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온실가스관리기사, 물류관리사, ADsP 같은 전문 자격증 취득은 기본이다. 영어 능력과 국제 표준에 대한 이해는 필수고, 물류와 환경, IT를 아우르는 융합 지식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턴십이나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실무 경험이 중요하다.
한국생산성본부의 SCM 실무 교육이나 환경부의 탄소중립 전문강사 양성 과정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하면 좋다.
2025년 탄소중립 시대, 물류업계는 단순한 운송과 보관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핵심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전문직들은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고용 전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준다.
물류업계의 그린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이들에게 길은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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