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사무실 불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류 ESG 담당자의 일상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최근 한 조사 결과를 보고 씁쓸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국내 물류기업의 73퍼센트가 여전히 Excel로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 평균적으로 월 200시간을 탄소 데이터 처리에 소비한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만든 보고서의 정확도가 평균 68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까지.
이 숫자들이 그저 통계일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오늘도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고 있는 누군가의 현실입니다. 바로 저와 같은 물류 ESG 담당자들의 이야기죠.
첫 번째 이유, 끝없는 수작업의 늪
아침 9시, 메일함을 여는 순간부터 하루는 시작됩니다. 전국 각지에서 날아온 수십 개의 Excel 파일들. 트럭 운행 기록, 창고 전력 사용량, 항공 화물 데이터... 모두 제각각의 형식으로, 제각각의 단위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물류업계의 탄소 계산이 복잡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도로, 철도, 해운, 항공, 물류센터까지 다양한 운송수단이 얽혀 있고, 각각에 다른 배출계수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화물의 종류, 적재율, 심지어 공차 운행 여부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해운기구의 보고를 보면, 국제 해운만으로도 2023년 7억 600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습니다. 육상 화물 운송은 전체 무역 관련 운송 배출량의 53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이 거대한 숫자들 속에서 우리는 매달 정확한 계산을 해내야 합니다.
그런데 VLOOKUP 함수 오류 하나로 2시간이 날아갑니다. 이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두 번째 이유, 국제 표준이라는 미로
2023년 3월, GLEC Framework가 ISO 14083 국제표준의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 UN의 Global Green Freight Action Plan과 CDP 보고에서도 GLEC Framework 준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담당자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되었습니다.
TCE(Transport Chain Element) 분류, TOC(Transport Operation Category) 클러스터링... 이런 복잡한 개념들을 Excel 함수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서울에서 부산항까지 트럭으로, 부산항에서 LA항까지 컨테이너선으로, LA에서 뉴욕까지 철도로 운송되는 화물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각 구간마다 다른 배출계수를 적용해야 합니다. 같은 해운이라도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배출량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모든 것을 Excel로 처리한다는 것. 마치 2025년에 주판으로 회계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세 번째 이유, 과거와 씨름하는 현재
ESG 경영의 본질은 실시간 모니터링과 즉각적인 개선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기업이 한 달 전 데이터를 이제야 정리하고 있습니다.
Consultancy.eu의 최근 보고서는 Excel 기반 탄소 관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데이터의 추적성과 확장성 부재를 지적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운송 경로, 연료 가격, 배출 규제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025년부터 강화된 EU의 CSRD는 기업들에게 감사 가능한 수준의 배출 데이터를 요구합니다. 미국 SEC의 기후 공시 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월말에 밤새 Excel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데이터와 씨름하느라,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네 번째 이유, 섬처럼 떨어진 데이터들
물류 ESG 관리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운송팀, 창고팀, 구매팀, 해외 지사... 모든 부서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Excel 파일을 이메일로 주고받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진정한 협업이 불가능합니다.
버전 관리의 악몽은 또 어떤가요. 탄소배출량_최종, 탄소배출량_최종_진짜최종, 탄소배출량_최종_진짜최종_수정본... 파일명만 봐도 한숨이 나옵니다. 어떤 것이 진짜 최신 버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매일 반복됩니다.
한 담당자가 수정한 내용이 다른 담당자의 파일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이런 비효율적인 프로세스 속에서 정작 중요한 탄소 감축 전략 수립은 뒷전이 됩니다.
다섯 번째 이유,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보고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입니다. 화주사마다 요구하는 양식이 다릅니다. A사는 GRI 기준을, B사는 CDP 형식을, C사는 자체 양식을 요구합니다. 같은 데이터를 수십 가지 다른 모습으로 변신시켜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과 거래한다면 더욱 복잡해집니다. 각 국가별 규제와 보고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니까요. 2025년 기준으로 국내 상위 30대 물류기업 중 85퍼센트가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통계가 나온 것도 이런 현실 때문입니다.
매번 다른 형식으로 데이터를 재가공하고, 단위를 변환하고, 그래프를 그립니다. 모든 것이 수작업입니다. 한 글자라도 틀리면 전체를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빛은 있습니다. Smart Freight Centre의 조사에 따르면, API 기반 탄소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은 평균 91퍼센트의 시간 단축과 98.5퍼센트의 정확도 향상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물류 ESG 담당자들이 더 이상 Excel 지옥에서 벗어나, 본연의 업무인 지속가능한 물류 전략 수립에 집중할 수 있는 날. 그날이 머지않았음을 믿습니다.
오늘도 야근하는 모든 물류 ESG 담당자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니까요.
탄소배출량 관련 상담 및 문의는 GLEC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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