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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한 대가 지구에 남긴 무거운 발자국

by GLEC글렉

오늘 아침,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들어 올리는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이 작은 상자가 내 손에 닿기까지, 과연 지구는 얼마나 무거운 숨을 쉬어야 했을까.


물류와 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을 전문으로 하는 글렉에서 일하면서, 나는 매일 보이지 않는 탄소 발자국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발자국들이 그려내는 지도는 때로 너무나 선명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제 만난 한 물류회사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우리가 하루에 움직이는 트럭이 천 대가 넘어요. 그런데 이 트럭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의 말이 맞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트럭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약 27억 톤. 이는 브라질이라는 거대한 나라 전체가 1년 동안 내뿜는 양과 같다. 우리가 매일 받는 택배, 마트에 진열된 상품들, 그 모든 것들이 이 거대한 숫자의 일부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를 읽다가 손이 떨렸던 날이 있었다. 물류 및 운송 부문이 전체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의 20에서 24퍼센트를 차지한다는 대목에서였다. 더 충격적인 건, 이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중대형 트럭의 경우, 전 세계 도로 운송 배출량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2019년과 비교하면 EU 27개국 기준으로 5.5퍼센트가 증가했고, 이대로 가면 2050년까지 50퍼센트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유럽환경청은 그때가 되면 물류 부문이 전체 탄소 배출의 40퍼센트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안에 담긴 미래는 뜨겁다. 너무나도 뜨거워서 무섭다.

왜 지금에서야 트럭의 이산화탄소가 문제가 된 걸까.


2015년 파리에서 196개국이 모여 약속을 했다. 지구의 체온을 1.5도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그 약속을 지키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물류 부문이 빠진 탄소중립은 애초에 불가능한 꿈이다.


EU는 2027년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 2단계를 시행하고,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 시절 660억 달러를 운송 부문 탄소 감축에 투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변했다. 73퍼센트의 소비자가 친환경 물류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ESG 투자 규모는 53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제 탄소 관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킬로미터. 25톤 디젤 트럭 한 대가 이 구간을 달리면 약 120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를 자연이 다시 흡수하려면 소나무 18그루가 1년 내내 숨을 쉬어야 한다. 만약 이 트럭이 연간 10만 킬로미터를 달린다면, 30톤의 이산화탄소가 하늘로 올라간다.


하지만 절망만 있는 건 아니다. 희망의 씨앗들이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DHL은 2025년까지 탄소 효율성을 50퍼센트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미 35퍼센트를 달성했다. 전기트럭을 도입해 도심 배송 구간의 배출량을 70퍼센트나 줄였고, 경로를 최적화해 공차율을 15퍼센트 감소시켰다.


UPS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체연료 차량 13,000대를 운영하며 연간 10억 마일 이상을 저탄소로 운송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말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 가능해진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 번째는 측정이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목표 설정이다. 업계 평균과 비교해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현실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세 번째는 실행과 모니터링이다. 에코 드라이빙 교육을 통한 연료 효율 개선, AI 기반 물류 시스템을 활용한 경로 최적화, 전기나 수소 트럭 도입을 통한 차량 현대화.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이다.


2030년의 물류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향후 5년이 물류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전기트럭과 수소트럭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AI가 최적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며, 운임표 옆에는 탄소 배출량이 함께 표시되는 시대. 그런 날이 정말 올까.


아니, 와야만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위해서.

오늘도 나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트럭들을 본다. 저 트럭 한 대 한 대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모여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서.


당신의 기업은, 당신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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