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물류&운송산업 탄소배출량 측정 전문기업 글렉입니다.
베를린의 어느 카페에서 만난 독일 친구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의 60퍼센트 이상이 이제 재생에너지에서 나와." 2024년 기준 62.7퍼센트.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남달랐습니다.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오며 생각했습니다. 독일은 어떻게 이런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여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독일이 2021년에 만든 연방경제기후보호부. 이름부터 특별합니다. 경제와 기후를 하나로 묶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독일식 해법이었습니다.
한 독일 정책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기후 문제를 환경부에만 맡기면 안 됩니다. 경제의 문제이자 미래의 문제니까요." 그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프라운호퍼연구소의 발표를 보면, 독일은 2025년 목표였던 재생에너지 40에서 45퍼센트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2030년 목표는 65퍼센트로 상향 조정했고, 2045년에는 완전한 기후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2030년까지 석탄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결정입니다. 산업혁명의 주역이었던 석탄과 작별하는 것.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독일은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16개 주정부가 연방정부와 함께 움직이는 독일의 시스템도 인상적입니다. 바이에른의 태양광, 북부의 풍력. 각 지역이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워싱턴 DC의 에너지부 건물 앞에 서서 생각했습니다. 1977년, 오일쇼크의 충격 속에서 태어난 이 부서가 이제는 세계 에너지 혁신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
미국 에너지부는 17개 국립연구소를 운영합니다. 로스앨러모스, 로렌스리버모어... 핵무기 연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청정에너지 기술의 요람이 되었죠.
한 미국 연구원이 들려준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우리는 2025년에 태양광 발전이 34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이건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어요."
IRA, 인플레이션 감축법. 이름은 복잡하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청정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것. 미국다운 접근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텍사스의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 캘리포니아의 혁신적인 ESS 프로젝트. 각 주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50개 주가 각자의 실험을 하는 것. 이것이 미국식 다양성의 힘이겠죠.
브뤼셀의 EU 본부를 방문했을 때, 한 관계자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린딜을 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정치가 바뀌어도 목표는 바뀌지 않아요."
유럽 그린딜. 2050년 기후중립을 법제화한 야심찬 계획. 정치적 약속이 아닌 법적 의무로 만든 것이 EU의 지혜였습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63퍼센트, 온실가스 55퍼센트 감축. 1조 유로라는 천문학적 투자. 숫자만 보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EU는 착실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러시아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 빨리 추진하게 되었다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럽의 저력을 보았습니다.
기후중립산업법이 제시한 목표도 대담합니다. 8개 전략기술의 역내 생산을 2030년까지 연간 수요의 40퍼센트로. 기술 자립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세 곳을 여행하며 발견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통합적 접근. 독일은 경제와 기후를 합쳤고, 미국은 에너지 안보를 중심에 두었으며, EU는 법제화로 모든 것을 묶었습니다.
둘째, 다층적 거버넌스. 중앙과 지방이 역할을 나누고, 민간이 참여하며, 독립 기관이 균형을 잡아줍니다.
셋째, 장기 비전. 2030년, 2045년, 2050년. 모두가 먼 미래를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길은 달랐습니다. 독일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미국은 기술 혁신과 시장을, EU는 법과 협력을 선택했습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술이 있습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이 이름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죠.
우리의 디지털 인프라도 강점입니다. 5G 네트워크와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그리드. 이것은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우리만의 자산입니다.
높은 교육 수준과 압축 성장의 경험.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는 우리의 DNA. 이것들이 모두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시아의 특성을 살린 모델도 가능합니다. 높은 인구밀도를 역이용한 도시형 재생에너지, 제조업 강국의 특성을 살린 RE100 산단. 우리만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에서 2030년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5년입니다.
기반을 다지고,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성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독일처럼 25년을 기다릴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하지만 압축 성장의 경험이 있는 우리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국제 협력도 중요합니다. 기술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그 미묘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베를린에서 워싱턴까지, 브뤼셀을 거쳐 서울로. 이 여정에서 배운 것은 간단합니다. 각자의 길이 있다는 것.
독일, 미국, EU가 보여준 것은 완성된 모델이 아니라 진행형의 실험입니다. 우리도 우리만의 실험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한국의 기술력, 실행력, 혁신 역량. 이것들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에너지 전환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선진국의 경험을 거울삼되, 우리의 얼굴을 그려나가는 것.
2025년 가을, 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2030년, 2050년의 대한민국이 결정될 것입니다.
맑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합니다. 이 하늘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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